선교지소식

본문 바로가기

그리스도의 교육 수녀회 해외 선교


선교지소식

캄보디아 | 전초전, 가는 날이 장날

페이지 정보

작성자 바울리나 작성일2017-10-17 조회4,776회 댓글0건

본문


준비기간 중 가장기억에 남는 활동은 쿠키판매를 통한 후원금 모집이다.
우리는 쿠키판매를 목표로 수녀원에서 1박을 하며 쿠키를 굽고 다음날 판매를 하고자 하였다.
하지만 가는 날이 장날이라던가..
수녀원에 오븐기가 고장이 나서 구울 수 없는 청천벽력 같은 일이 터지고 말았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동동 거리고 있을 때쯤,
우리 수녀님들의 지혜와 미덕으로 수녀원 근처 빵집을 즉석에서 섭외를 하신 게 아닌가!
부랴부랴 재료를 챙기고 빵집으로 내려가서 감사의 미소를 날리며 우리의 쿠키를 내보였다.
생각보다 우리가 준비한 쿠키의 양은 많았고
빵집 오븐을 꽉 채워 쓰고도 한번을 더 돌려가면서 맛있게 구운 쿠키를 제공받을 수 있었다.
후에 나눴던 얘기지만 이렇게 많은 양의 쿠키는
수녀원의 오븐기로 구웠다면 아마 밤을 샜을 만큼의 양이였다며
자매님들 고생 안 시키려고 하느님께서 수녀원의 오븐을 고장 내신 것? 같다는 농담을 했는데
왠지 모를 주님의 뜻을 전해 하느님의 감사함을 느끼며 쿠키판매를 준비할 수 있었다.

‘사실 캄보디아 봉사활동을 명분으로 준비한 게 아니었다면 하느님의 뜻도
빵집의 도움을 받을 수 없었겠지..‘

다음날 오전 미사를 드리고 광화문 광장으로 나가 판매준비를 하는데
그날은 광화문광장 프리마켓 행사가 있는 날이었다.
사람도 많이 모일 테고 부푼 기대를 안고
제법 괜찮다고 생각한 자리에 자리를 잡고 세팅을 해놓고 판매를 하려고 하는데
프리마켓 행사 관리하시는 분이 오셔서 그 장소에서는 판매가 금지되어 있다며 자리를 옮기라고 하는 게 아니라..
두 번째 고비.. 허겁지겁 짐을 들고 어디로 옮겨야 할지 몰라 주춤거리고 있는데
우리가 안쓰러웠던지 “저런대로 가면 내쫓을 사람은 없다”는 힌트 아닌 힌트를 받고
부랴부랴 자리를 옮겨 좌판을 깔았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여기가 명당 중에 명당이었던 게
공연을 관람하고 나온 가족단위, 프리마켓 행사를 즐기고 온 사람들,
버스와 지하철역에서 오고가는 시민들의 만남의 장소로
꽤나 사람들이 관심을 주는 눈치였다.
이렇게 까마득 할 것만 같은 우리의 쿠키판매도 운 좋게 떠밀려 좋은 자리로 옮길 수 있었고
우리의 호객행위가 먹혔던 탓인지 5시간 판매에서 완판을 기록할 수 있었다.
기억에 남았던 분들 중에 버스정류장에서 정차하고 관심 갖으면서 물건을 사주신 버스기사님과 민의준이라는 이름을 남겨준 귀여운 꼬마신사를 비롯하여 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무척이나 감사하게 느껴진 날이었다.

이게 만약 우리의 잇속을 채우기 위한 장사였다면 이렇게 잘될 수 있었을까?
삭막할 줄 만 알았던 세상은 생각보다 따뜻하였다.
이는 캄보디아 봉사라는 이름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바꿀 수 있는 힘이 있었던게 아니었을까?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