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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 아름다운 성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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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프라니 작성일2018-04-04 조회4,86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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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아이들이 많이 참석하므로
집에 너무 늦게 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성목요일 최후의 만찬 미사도.
성토요일 부활절 성야미사도 저녁 5시이다.

그런데 성목요일은 오후 3시부터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바람에
늘 미사에 참석하던 큰 아이들은 오지 못하고
한번도 미사에 참석해본 적이 없는 아이들이 의외로 일찍 왔었다.
오후에 성당안에 들어가니 물바다였다.
우리 성당은 뒤쪽이 다 뚫려 있으니 늘 비가 들이치고 곳곳에 많이 새기까지 하므로
똑똑 떨어지는 빗물을 받칠 대야와 걸레를 곳곳에 마련해둔다.
겨우 물을 닦아내고 앉아
처음 미사에 참석하는 아이들과 함께 성가 연습을 했다.
그런데도 부족함이 힘들지가 않았다.

전례는 차분하고 소박한 분위기에서 진행이 되었다.
우리 지역에서 당분간 언어를 공부하며 머물고 계신
의정부 교구 조해인 신부님은 우리 본당 미사를 돕고 계신다.
천천히 또박또박 말씀하시므로 알아듣기가 정말 수월해서 좋다.

미사 중간에 다들 바깥으로 내려가
성모상 앞 작은 연못에서 서로 발을 씻겨 주었다.
요즘 우리 센터에 영어 수업을 들으러 오는 아가씨가 있는데
양팔을 정상적으로 쓰지 못하는 장애를 갖고 있다.
주저없이 그 아가씨를 데려가 연못 가까이 앉게 한 후 무릎을 꿇고 발을 씻겨주었을 때
그녀는 엄청 부끄러워하며 미안하다고 말했다.
나는 이렇게 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대답해주었다.

우리 센터 교사 티어리는 몰몬교에 깊이 빠져 있어 최근에 서로 좀 갈등이 있었다.
그런데 이 날 티어리가 우리와 함께 하기 위해 미사에 참석했다.
근무 시간이기도 해서 일을 하는 마음으로 참석했는지는 모르지만
우리는 그간의 갈등과 마음 고생이 있었으므로
나도, 소카도, 우리 수녀님들도 서로 티어리의 발을 씻겨주려고 경쟁했다.
함께 사는 소카자매가 제일 먼저 티어리의 손을 꼭 잡고 연못가로 가서
발을 씻어주는 모습이 감동이었다.

모두들 슬리퍼를 신고 다녀 발이 진짜 더러웠다.
그래서 더 의미가 있었다.

우리 수녀님들이 제대를 꾸미실 때 
빵과 포도주스, 컵을 미리 준비해두셨다.
평소와 달리 둥글게 앉으니 분위기가 새로웠다.
영성체 예식 후에 빵과 포도주스를 기분좋게 나눠먹었다.
그동안 영성체 예식을 바라만보던 우리 청소년들이 이순간을 그렇게들 기뻐했다.
분명 미사인데 맛있는 걸 나눠 먹으니 신기한지
소근소근 속삭이고 웃기도 하면서 분위기가 업되었다.
 
한국처럼 전례가 엄숙하거나 격식을 최대한 갖추는 그런 분위기는 아니다.
그저 자연스럽게 이어져가는 소박한 전례이다.
처음 경험하느라 수줍음이 많던 우리 아이들과 장애인 아가씨,
그리고 티어리가 함께 한 최후의 만찬!
예수님이 보여주신 것처럼 우리 안에 참으로 사랑이 있어
아름다운 성 목요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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