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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 커플 (효주아네스수녀님을 추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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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프라니 작성일2018-09-19 조회4,72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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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주 수녀님 축일이 다가오니

수녀님 생각이 많이 난다.

 


수녀님은 성품이 조용하고 온화하다.

말수가 적었고 수녀님 표현 안에 상징들이 담겨있어

별명이 ‘요한묵시록’이라 불리곤 했다.

뒤에서 웃으며 그저 머무는 모습이 겸손해

사람들이 수녀님에게 편안하게 다가갔다.



성격은 나와는  달랐는데

나에게 없는 장점을 참 많이 가진 분이었다. 

그래서 가끔 의견이 달라 갈등을 있곤 했는데

어느날 수녀님이 내게 그랬다.

"수녀님은 화성에서 왔고 나는 금성에서 왔으니

우리가 같을 순 없겠지?"

우리의 다름에 대하여

수녀님이 똑맞게 표현한 그 말이 마음에 와닿아 웃었다.


그렇게 우리는

필리핀부터 캄보디아까지

즉 2008년부터 2018년초까지

비가 오든 눈이 오든

줄곧 함께 살았다.


긴 세월만큼이나 우리는  서로를 많이 알고

상대에게 당연한 존재로 살았던 것이다.



나는 수녀님의 떠남이 결정되었을 때 믿기지가 않았다.

그러나 수녀님이  떠나기 전부터

옷들, 물건들 하나 하나 정리해

필요한 사람들이 가져가도록 가만히 내어놓는 모습을 보며

이별이 다가왔음을 인식했다.


아이들을 너무나 사랑한 수녀님은

유치원 일을 해왔다.

자전거 사고 이후

허리가 아픈데도 아이들을 많이 안아주었다.

어떻게 이곳을 떠날 수 있을까?

생각만해도 무척 어렵게 여겨졌으나

수녀님은 차분히 떠나는 사람이 되어갔다.

그렇게 오랜시간 살아온 이 곳 캄보디아에서 멀어져

한국으로 떠나갔다.



이곳에서의 마지막날, 

나는 눈물을 흘리고

수녀님은 한번 울면 걷잡을 수 없을 것 같다며 참는다 했다.

그러나 속으로 운다고 했다.

그렇게 헤어졌다.

그 날 주교님부터 해서

많은 손님들이 오가고

정신없이 인사를 나누는 분주한 가운데서도

내 마음엔 서늘한 바람이 불었었다.

10년 이상 쭉 함께 지내온 우리이기에

헤어진다는게 실감이 나질 않았다.

그날밤엔

한참동안이나 수녀님 카톡 프로필 사진을

멍하게 들여다보았었다. 

아직도

수녀님을 생각하고

그 날을 떠올리면

맘속에 휙휙 바람이 분다. 



수녀님이 본당에서 마지막 인사 때

나누었던 말씀이 아직도 또렷이 기억난다.

내겐 그 내용이 참 인상적이었다.

만일 나라면

거의 10년간 머물렀던 캄보디아를 떠나며 어떻게 인사했을까?

아마도

그동안 고마웠다느니 좋은 추억을 갖고 한국으로 돌아간다느니 

가서도 여러분들을 잊지 않을 것이라는 등

그런  평범하고 진부한 말로 인사했을 것이다.


그러나 수녀님은

짧으면서도

깊은 진심이 담겨있는, 

한마디로 수녀님다운 인삿말을 준비했었다.

그 인삿말은 이랬다.


 <내가 처음 뿌삿에 왔을 때는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안녕히계세요.
이런 말 밖에 할 줄 몰랐습니다.

그러나 그동안 살아오면서 많이 배우게 되어
이젠 다음의 말들을 할 수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미안합니다.
나는 행복합니다.
그리고 크게 크게 감사합니다.
안녕히계세요.>




:
이 재치넘치는 인삿말을 들은

우리 모두는 웃으면서도

마음이 찡~ 했었다.






또 나는 수녀님이

이 해외 사진방에 게시했었던

<효주 수녀의 자전거스토리> 애독자였는데 

언젠가 책으로 엮어내기를 바랬는데

더는 수녀님이 쓰지 않게 되어

너무나 아쉽다. 


그러나 너무 슬퍼하진 않겠다.

또 사람 일은 모르니깐.

누가 알겠는가.

어느날 수녀님이 짐을 싸들고

이쪽으로 다시 돌아오는 날이 있을지!

그리운 수녀님이 돌아오고

또 찌지고 볶고 하며

살아볼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그리고 또 한가지!

우리 수녀님들께 청하고 싶은게 있다. 

이렇게 한국 관구 소속 회원으로서

우리처럼 둘이서

작은 분원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커플이 있겠는가?

그것도 어디 기댈데가 없는

외국이라는 환경속에서.

만일 우리가 처음이라면

올 연말에

DC 커플상이라도 수여해주시면 좋겠다.


모든 수녀님들이 동의하셔야 할텐데

다들 어떠실지 

궁금하다. ㅎㅎㅎ




안식년을 보내고 있는 수녀님은

한국에서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우린 수녀님이 지냈던 방을 가리킬때면

"저 효주 수녀님 방!"

이렇게 부르는데.


아무쪼록 몸 건강히

수녀님만이 지닌 고유의 아름다움을 빛내며

행복하시기를...

수녀님이 보고싶은 나는

우리가 함께 출발했던 

캄보디아 하늘 아래서

지나온 시간을 추억하며

기도하는 수 밖에

다른 도리가 없음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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