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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스쿨 | 2019 안나스쿨 수학여행 첫째 날, 반가워요 숭의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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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수한바오로 작성일2019-06-07 조회3,480회 댓글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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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여행, 모두가 학창시절에 한 번씩은 떠나보았던 그 여행을 기억하시나요?

  요즘에야 세상이 좋아져서, 또 부모님들의 사랑과 관심에 힘입어 국외로도 많이들 떠나곤 하지만, 보편적으로는 경주나 제주도 등 여행의 이름에 걸맞게 보고 배울 수 있는 장소들로 많이들 가곤 하지요. 그래서 가끔은 목적지에 대한 설렘 이전에 시시함을 느끼기도 하지만, 막상 출발하고 나면 또래들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는 것만으로도 충만했던 그 추억들을 모두 마음 한편에 가지고 계시리라 생각해요.

  지금 함께 하는 이 친구들에게도 그런 추억을 가질 권리는 마땅히 있습니다. 다만 그 당위를 이루기 위해 많은 준비와 여유, 그리고 지원이 필요한 사회에 우리가 살고 있다는 것이 못내 안타까울 뿐입니다.

  하지만 올해도 어김없이 이곳 푸르사트의 학생들을 위해, 성전건립이라는 쉽지 않은 상황 속에서도 큰 용단을 내려주신 인천교구 숭의동 본당 김영욱 요셉 주임신부님과 열다섯 분의 신자분들의 사랑이 모여, 다시 한번 수학여행의 깃발을 들고 정겨운 집을 떠나 시엠레아프(Siem Reap)로 떠나오게 되었습니다. 이번 여정에는 동롱 초등학교와 버웡 초등학교, 그리고 오바끄롱껀달 마을 공부방에서 열심히 한 학생들 스물세 명이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푸르사트에서 시엠레아프까지의 거리는 약 270km로, 한국에서라면 서울에서 출발해 대전을 지나 대구에 조금 못 미치는 거리 정도입니다. 적지 않은 거리이지만, 고속도로를 이용한다면 잠시 휴게소에 들르더라도 4시간이면 충분히 주파 가능한 거리입니다.

  그러나 캄보디아에는 고속도로가 없고, 국토를 남북으로 종단하는 국도 또한 왕복 2차선 도로인지라 오전 7시 20분에 안나스쿨을 떠난 저희는 14시 20분을 조금 지나서야 시엠레아프에 위치한 메타카루나 센터(JRS Mindol Metta Karuna; 예수회에서 운영하는 피정의 집)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중간에 휴게소를 들르긴 했지만 무려 일곱 시간이나 버스를 타야만 했었죠.

  체력이 좋은 어른들도 지쳐 나가떨어질 여정이지만, 마을을 떠나온 설렘 덕인지 버스에서 내려서도 아이들은 쌩쌩하기만 합니다. 센터에 도착해서 늦은 점심을 먹게 되었는데, 다들 먹는 둥 마는 등 얼른 방으로 들어가더니만 금방 또 옷을 갈아입고 모였습니다. 이곳 시엠레아프에서의 첫 일정이 바라이 호수에서의 물놀이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하늘이 무심하게도 바라이 호수에 도착하자마자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신록의 5월을 지나 본격적인 여름을 알리는 (그렇다기엔 캄보디아는 사시사철 여름으로 느껴집니다) 6월로 들어서며 우기가 시작되었기 때문이지요. 이대로 물에는 발도 못 담가보고 돌아가야 하나 조용히 속을 끓이고 있는데, 우리의 학생들은 하늘 한 번 쓱 보더니 개의치 않고 물에 들어갑니다. 이래 젖으나 저래 젖으나 마찬가지인 것일까요? 선생님들도 별말이 없어 바닷가에서 혹시나 모를 안전사고를 염려하며 서 있는데, 금방 또 비가 그쳤습니다 매일, 그리고 자주 비가 내리는 날씨에 익숙한 이들에겐 좋은 감이 있는 게 분명합니다.

  그렇게 바라이 호수에서 한참을 신나게 놀고 들어와 씻고는, 한국에서 오신 손님을 맞으러 나갔습니다. 지난 5일 밤 프놈펜 국제공항으로 입국하신 숭의동 일행분들은 프놈펜부터 시엠레아프까지 다시 버스로 이동하시게 된 관계로, 학생들이 먼저 도착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일행 중에는 요셉 신부님을 포함해 이미 지난 수학여행 때 푸르사트의 아이들과 만나신 선생님들도 계셨지만, 이번 여행으로 캄보디아와 처음 연을 맺게 된 분들도 계셨습니다. 특히 지난 성모승천대축일에 세례를 받으시고는 올해 이렇게 함께 가주신 자매님의 이야기가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모쪼록 숭의동 식구들과의 반가운 첫 인사를 나누고는 저희 모두는 첫 날 푸짐한 정찬이 차려져 나오는 뷔페에서 함께 저녁식사를 들었습니다. 처음엔 도통 음식을 고르지 못하던 친구들이 식사를 마치고 나올 때는 후식 아이스크림을 양손에 쥐고 나오며 다들 함박웃음을 짓는 걸 보니 참 기쁜 모양입니다.


  새로운 경험, 신기한 음식, 정체 모를 외국인들의 환대 등 모든 것이 낯섦에도, 이 친구들에게는 쉬이 마침표를 찍을 수 없는 행복한 하루였던 듯합니다. 저녁을 먹고 숙소에 돌아오니 거센 비가 내리기 시작해 모두 방으로 들여보냈는데, 그새를 못 참고 다른 건물에 있는 친구 방에 놀러 간다는 아이를 다독이느라 애를 먹기도 했거든요.

  내일의 여명이 선물해 줄 또 다른 하루의 은총을 청하며, 모두 편안한 밤 되시길 바랍니다.


  2019년, 타향에서 예순네 번째 현충일을 기억하며
  수한 바오로 전합니다.




덧. 간단한 사진 설명입니다.

사진 1. 전세 버스를 타고 출발, 머나먼 여정의 시작입니다.

사진 2. 메타카루나 센터에서 점심을 먹었어요.

사진 3-4. 바라이로 걸어가는 길에서 모두 다 함께!

사진 5-7. 정말 다들 신났습니다. 흐린 날씨 덕에 사진을 많이 건지진 못했네요.

사진 8. 좌측부터 소티어리, 다빈, 소콘티어 선생님이십니다. 안나스쿨에서 매일 헌신해주시는 선생님들이시죠.

사진 9. 인천교구 숭의동 성당 주임신부님과 신자들을 맞이하는 친구들입니다.

사진 10. 저녁을 배부르게 먹고 첫째 날을 추억으로 남겼습니다.

댓글목록

마리도미님의 댓글

마리도미 작성일

숨도 안쉬고 읽었어요. 넘 재미나고 감동적인 수학여행 소식감사해요
특히 숭의동 본당 신부님과 신자분들께 감사를 드려요
모두 좋은 곳에서 편한 여행을 꿈꾸는데
캄보디아 시골 아이들과 수학 여행을 계획하는 것은 대단한 것 같아요.
모두들 즐거운 여행 되시고
오늘 앙코르왓트를 보면서 캄보디아인으로써 긍지를 가지는 시간이 되길 바래요
봉사자님들 건강하게 돌아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