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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스쿨 | 2019 안나스쿨 수학여행 둘째 날(1), 앙코르 와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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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수한바오로 작성일2019-06-09 조회3,31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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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관광지, 상좌부 불교의 3대 성지 중 으뜸, 그 이름도 찬란한 왕조(Angkor)의 사원(Wat). 안나스쿨 수학여행 둘째 날의 여정은 앙코르 와트에서 시작했습니다.

  인간계와 신계를 가르는 무지개다리를 건너 사원으로 들어서는 아이들의 얼굴은 한껏 상기되어 있었습니다. 한 손엔 연필을, 다른 한 손엔 공책을 들고서는 발을 동동 구르는 아이들의 눈빛에는 경이로움이 가득 차 있었고요. 잔뜩 신이 난만큼 몇몇은 뛰어갈 법도 한데 굳이 대열을 정비할 필요 없이 선생님들을 따라 질서 있게 움직이는 친구들에게 참으로 고마워하며 저도 뒤를 따르던 중이었습니다.


  시작은 '사진'이었습니다. 노란 옷을 맞춰 입은 아이들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많은 관광객에게 이날 하루 얼마나 많은 사진을 찍혔는지 모릅니다. 그러다 작은 물음이 생겼습니다. 친구들의 모습이 곱고도 예쁘니까, 여행에서의 추억으로 사진을 찍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가는 곳마다 그러니 이게 대체 무슨 일이지 싶은 겁니다.

  그러다 알았습니다. 저희 역시 사원을 거니는 동안 웨딩 촬영을 진행하던 예비 부부 한 쌍과 몇몇 사람을 제외하고는 크메르인들을 만나지 못했다는 걸요. 앙코르 와트에서 스쳐 지나가던 사람의 대부분은 저와 같은 외국인이었습니다. 하물며 가이드까지 대동해 투어를 다니는 캄보디아의 어린 학생들이라니, 충분히 이목을 끌만했던 겁니다.

  이후에야 들었습니다. 이번 수학여행에는 동롱과 버웡 초등학교에서 각각 한 분의 선생님께서 함께 해주셨는데, 그중 나이가 지긋하신 교장 선생님께서 살아생전 처음 앙코르 와트를 찾으셨다는 사실을요. 따로 그 이유를 여쭙진 않았습니다. 여러 사정이 있겠지요. 전 날 소식에서 전한것처럼 국토 내에서의 이동이 쉽지 않기도 하고, 그에 따른 시간이며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이 친구들에게 앙코르 와트를 찾는다는 건 그만큼 특별한 일이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학생들을 전담해주신 가이드 선생님은 온종일 무척 열심이셨습니다. 잠시를 쉬지 않으시고 아이들에게 무언가 하나라도 더 전해주려 하셨습니다. 땅에 직접 그림을 그려가며 사원의 구조를 설명해주시고, 친구들이 알법한 질문들로부터 이야기를 끌어가기도 하셨습니다. 기억했으면 하는 장소에 다다라서는 먼저 제 핸드폰을 가져가셔서 단체 사진을 찍자고 이끌어주시고, 잠깐 쉬어가는 중에도 아이들의 질문을 받아주시고 역사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세계인들이 경탄해 마지않는 문화유산 앙코르 와트를, 그 자랑스러운 선조들의 유산을 이 친구들이 눈과 귀와 마음에 담고 가길 바라는 마음이 아니셨을까 생각해 봅니다.

  이번에 숭의동성당 신자분들이 캄보디아에 오시면서 거의 한 분 앞에 하나씩 큰 이삿짐 박스를 항공 화물로 부쳐 가지고 오셨습니다. 아이들에게 나누어줄 수 있는 옷과 문구용품을 비롯하여 여러 가지 필요한 물품들을 미리 알아봐 주시고 챙겨주셨습니다. 백화점은 고사하고 작은 마트조차 찾아볼 수 없는 이곳 푸르사트에서는 참으로 귀하게 나누어 쓰일 물품들입니다. 하지만 이날 아이들은 그보다 더 큰 추억과 경험이라는 선물을 받았습니다.

  앙코르 와트 관람을 마치고 곽 프랑소와즈 수녀님께 이런 말씀을 드렸었습니다. 캄보디아인의 입장에서 생애 처음으로 앙코르 와트를 본다는 건 어떠할까, 그 마음을 저는 감히 상상할 수도 없다고 말입니다. 하지만 그 답을 꼭 알지 못한대도 괜찮지 않겠습니까. 서로의 삶과 마음을 나누는 곳에 함께하시는 하느님의 사랑이 오늘의 저희를 하나로 묶어주고 계시니까요.


  (계속)




덧. 간단한 사진 설명입니다.

사진 1. 메타카루나 센터에서 아침을 먹으며 수녀님과 안부 인사를 나누는 아이들입니다.

사진 2. 걸음걸이를 보세요, 벌써부터 신이 났습니다.

사진 3-4. 사원 초입에서 숭의동 신자분들과 함께 찍은 단체사진입니다.

사진 5-9. 사진에서처럼 조금은 흐린 날씨였습니다. 그렇지만 덕분에 저에겐 캄보디아에 도착한 이래로 가장 덜 뜨거운 날씨였습니다. 나들이 다니기 얼마나 좋은 날이었는지 모릅니다.

사진 10. 뚜껑이 열린 통파인애플안에 담은 볶음밥부터 다양한 고기 메뉴들까지, 각자가 원하는 대로 점심을 시켜 먹고는 간단한 친교의 시간도 가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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