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자 소식

본문 바로가기

동반자 소개 동반자 소식 동반자 사진 동반자 지역별모임

빛나시던 모습, 안 잊혀질 듯

페이지 정보

작성자 이 요한 보스코 댓글 2건 조회 5,619회 작성일 06-02-10 23:48

본문

여섯 분이나 함께 서원을 해서일까. 2월 2일 종신서원식엔 앉을 자리는 커녕 설 자리도 없었다. 서울 대구 등지에서 오신 분들이 당연히 우선이라 생각하며 먼발치에 서서 2시간 가까이 지켜보았다. 오전에도 세 시간 동안 수업을 했던터라 나중에는 다리가 저려왔다.

15년 쯤 전이었나. 이 사베리아 수녀님 종신서원하실 때와 그 무렵 다른 수녀님들이 종신서원하실 때, 왠지 눈물이 났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이번에는 덤덤하다. 영세한 지 2~3년 되던 때와는 달리 어느덧 이해하는 마음이 생겨서일까. 앞으로 여러 해 지난 뒤에는 기쁨과 감사의 밝은 미소를 지을 수 있을까? 두봉 주교님의 천진하신 폭소까지는 못되더라도 ...
크리소스토모 주교님의 말씀이 무척 인상적이었는데, 기억을 더듬어봐도 떠오르지 않아 안타깝다.(기억하시고 계신 분은 좀...)
주님 앞에서 주교님과 총장님께 서원하시는 수녀님들의 뒷모습이 더 없이 아름다워 보인다.
아브라함, 마리아, 마르타, 베드로 등 수녀님들의 세례명은 성경에서 자주 보던 이름들이 아닌가. 장 마리요셉 수녀님은 예수님의 부모님 이름을 함께 가지신 건가? 욕심도 많으시구나. 폴린 수녀님은 본원 뒷동산을 산책할 때 뵙던, "모두가 하나되게 해 주십시요"라고 기도하셨다던 그 분과 이름이 같지 않은가.

서원식 후 우리 동반자들도 본원으로 왔다. 먼저 오신 여섯 수녀님들이 키도 맞추신 듯 나란히 서서 밝게 웃고 계신다. 우리 본당 이 마리아 수녀님께 먼저 축하 인사를 드리고, 다른 수녀님들께도 축하해 드렸다. 어쩌면 수녀님들의 얼굴 표정이 이토록 밝고 맑을 수 있을까? 주위 하객들도 한결같이 입을 모은다.
식당에서 식사하기 전, 수녀님들이 나란히 서서 노래를 부르셨다. 하객들에 대한 답가인 듯 했다. 노래하던 중간에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서 폭소가 터졌다. 잠시 착한 여동생들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실례). 뒤에 도착하신 정일 가브리엘 신부님과 오랜만에 마주 앉았다. 내게 영세를 주신 분이시다. 동부동 시절도 20년이 다 되어가니 씽씽하던 신부님 머리에도 어느덧 서리가 살짝 내렸다. "신부님은 그대로시네요." 실비아 씨의 띄우는 말에 "뭘, 이젠 전성시대가 갔어."
폴린 수녀님 댁에서 보냈다는 맛있는 포도주로 분위기는 한결 업그레이드 되었다.
식당을 나오다가 이 자유게시판에서 인사를 나누었던 동부동 시절의 시냇물 수녀님을 뵈었다. 반가웠다. 시냇물 흘러가듯 강산은 두 번씩이나 변하려 하는데 어찌 신부님 수녀님들은 옛 모습 그대로신가. 비결을 알아봐야겠다.

그 동안 동반자 전체 모임이나 피정 후에는 곧 헤어지기 바빠서 늘 아쉬움으로 남았었는데, 이번에는 송 루시아 안동회장님의 제의로 시간이 되시는 분들과 차 한잔 나누는 자리를 가졌다. 두어차례 얼굴이 익어서인지 반갑고 자연스러웠다.

몇 일 지난 후, 그날 있었던 일들을 돌아보니 '주님 보시기에 참 좋으셨겠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댓글목록

뻬수녀님의 댓글

뻬수녀 작성일

  삶은 선물입니다.... 라는 말이 기억나네요. 하느님이 주신 수도생활의 선물이 이토록 풍성하게 나누어 짐은 아마 하느님의 사랑의 기적이 아니신지 모르겠네요.저희도 동반자님이 함께 해 주셔서 든든했어요.

이명헌님의 댓글

이명헌 작성일

  기록에 남겨두어야겠네요.
마치 우리 수도회 가족처럼 글을 남겨주시니
잔잔한 글을 읽으며 흐뭇하여 한 글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