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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 사람이 풍경으로 피어나 (효주 수녀의 자전거 스토리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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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gnes hyoju kim 작성일2011-03-29 조회3,801회 댓글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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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밖에 나가면 위험하구요.

될 수 있으면 없어 보이게 다녀야 안전하구요.

그 십자가 목걸이도 조심하세요. 은 인줄 알고 채 갑니다...

처음 캄보디아에 왔을 때 험악한 얘기를 많이 들어서

나도 모르게 긴장하는 부분들이 많았다.

특히 가방에 돈이 있을 때는 옆에 사람이 스쳐도 겁이 났다.

작년 9월, 물난리가 났었는데 그때 만난 푸운 아저씨와 그의 가족들을 통해서

그 험악한 얘기들을 뛰어 넘어 사람들이 아름답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곳에서 자전거는 기본이다.

그래서 마음을 다 잡고 집 앞에서 자전거 연습을 며칠 한 후 도로 주행에 나갔었다.

예수회 집에서 프놈펜 대학까지 30분, 왕복 1시간 거리를 3시간 넘게 다녀왔다.

돌아오는 길에 삼거리에서 펑하는 소리가 났다.

그 소리가 폭발음처럼 어찌나 큰 지 앞에 가는 차의 바퀴가 펑크 난 줄 알았다.

알고 보니 내 자전거 앞바퀴. 사람들의 시선이 쏠리는 게…….

수리 점에서 구멍 난 바퀴를 땜질하고 나오는 데 또 펑크가 났다.

너무 낡아서 바퀴 자체를 새 걸로 바꾸어야 하는 데

이것을 할 수 있는 수리점이 가까이에 없어

자전거를 끌고 내려오다 찾은 집이 푸운 아저씨 집.

“아저씨, 내 자전거가 많이 아파요...” 마음이 급해지니 말도 제대로 안 나왔다.

아저씨는 나와 자전거를 살펴보더니 바로 새 바퀴로 바꾸어 주었다.

그런데 수중에 잔돈 몇 푼 밖에 없었다.

연휴기간이라 학교 가는 다음 주 월요일에 들리면 안 되겠냐 했더니 그러라고 했다.

이름과 전화번호, 주소도 묻지 않았다. 적은 돈도 아닌 데…….

그러다가 물난리를 만나 그날 약속을 지킬 수 없었다. 집과 길들이 물에 잠긴 곳이 많았다.

물이 좀 빠진 그 다음날 무릎 위까지 차 오른 물길을

자전거를 타고 푸운 아저씨 집 앞에 도착했을 때 지금도 그 풍경을 잊을 수 없다.

온 가족이 마루에 앉아 있다가 나를 보는 순간 와~하는 소리와 함께

웃음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할아버지는 마루에서 맨발로 뛰어 내려와 내 손을 잡으며 고맙다고 했다.

푸운 아저씨는 나를 100% 신뢰해 준 첫 번째 캄보디아인 이었다.

그 뒤 예수회 집을 나와 새 집으로 이사를 하게 되었는데

푸운 아저씨 집 근처였다. 지금은 이웃이 된 지 5개월이 되었다.

새벽 미사를 다녀 올 시간에 푸운 아저씨는 가게 문을 열고 일을 시작하신다.

가끔씩 지나가는 나를 보고 웃으며 손을 흔들어 주신다.

다음 달에 우리는 또 이사를 간다.

그 곳에서도 사람이 풍경으로 피어나는 이웃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댓글목록

Agnes hyoju kim님의 댓글

Agnes hyoju kim 작성일

  사진 왼쪽 서 계신 분이 푸운 아저씨구요.
오늘 사진 찍으러 갔더니 아들(왼쪽 3번째) 장기 두는 거 응원하고계시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