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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 빗물 같은 정을 주리라(효주 수녀의 자전거 스토리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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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gnes hyoju kim 작성일2012-07-19 조회4,160회 댓글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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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이 덕지덕지 묻어 더러워진 자전거를 세워 놓고

동네 주유소 아줌마랑 수다를 떨고 왔다.

캄보디아 말이 유창하지는 않지만

간단한 일상 대화로도 수다는 가능하다.

주유소 아줌마에게 짧은 커트 머리가 예쁘다고 칭찬해 주었더니

주르륵 이야기를 쏟아낸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돌아와

밀린 빨래를 한다.

누군가 캄보디아 물 색깔이 꼭 미숫가루 타 놓은 것 같다고 했다.

누런 흙빛 물..

빗물을 좋은 물로 여기고 귀하게 쓰는 이들의 땅에

문명의 위생관념으로 오히려 오염 시키는 건 없는지 떠올려 본다.

..빨래 거품이 눈에 밟히네.

밀린 빨래를 마당 빨랫줄에 한가득히 널고

좀 있으니 밤 소낙비가 내린다.

그전 같으면 화들짝 놀라며 빨래를 걷어 들이고

몇 번을 더 헹구어 다시 늘었을 것이다.

근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빗물 받아 빨래하는 데 비를 맞았다고 다시 헹굴 이유가 있겠는가.

옷들은 신성한 빗물에 젖어 그 다음날

열대의 낮 태양에게 뜨겁게 다림질 될 것이다.

후드득후드득 빗소리가 지붕을 두드린다.

우산 속에서도 빗소리는 내린다고 했든가

천천히 캄보디아의 말과 문화를 익히며 조금씩 그들의 이웃이 되어 가고 있다.

빗물처럼 그렇게 그들 삶에 젖어 들 수 있기를

그리고 빗물 같은 정을 나눌 수 있기를...

이런저런 생각에

오늘밤에도 흙 묻은 자전거는 비에 젖는다.

댓글목록

꽃비님의 댓글

꽃비 작성일

  효주 수녀님의 사랑 가득한 눈빛이 보고 싶어요  빗물이 난 지 내가 빗물인지...
그렇게 젖어드는 건가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