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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스쿨 | 나의 하루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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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프라니 작성일2014-06-07 조회3,22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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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해성사를 보기 위해

2시간 버스를 타고 가는데

창밖이 잘 보이지 않는 제일 뒷자리에 앉는 바람에

내려야 할 곳을 놓쳤다.

버스가 좀 천천히 간다 싶어 분명 늦게 도착할 것이라고 판단한 탓이기도 했다.

한참 가서 대체 밧덤벙에는 언제 도착하냐고 물으니 벌써 훨씬 지나왔단다.

어딘지도 모르는 곳에 내려

군것질 가게 아줌마에게

밧덤벙에 가야 하는데 어떻게 가야 하느냐고 물으니

또 다른 아저씨를 소개 시켜 주었고 그 아저씨가 합승 택시를 잡아 주셨다.

다시 40분 달려 밧덤벙에 도착해 오토바이를 타고 교구청에 도착하니

약속시간보다 1시간 30분이나 훨씬 지나 저녁 6시.

그 시간이 미사 시간이라 멀리서 오랜만에 오신 신부님도 미사에 들어가야 한다고 하셔서

아주 늦게 가기로 작정하고 8시 택시를 예약.

그러나 늦게 돌아갈 것을 걱정하신 신부님이 미사를 포기하시고

나를 만나주셨다.

성사를 본 후...

비가오는 어둑한 저녁 7시즘 떠나려는 내게 신부님은 이 시간에 차타고 돌아가 본적 있느냐고 물으시며

교구청에서 자고 가라고 여러번 말씀하셨지만

난 까짓꺼 무슨 일이 생기면 운명으로 받아들여야지 싶으면서 갈 길을 가야겠다 여겼다.

빗속을 오토바이 몰고 나를 택시 정류장까지 데려다준 아저씨가 고마워

평소에 조금도 바가지 쓰지 않으려고 짜게 구는 내가 $1을 드렸더니

뿌삿까지 오는 택시 아저씨에게 나를 잘 바래다주라고 소개까지 시켜주셨다.

택시 아저씨....

난 원래 가격이 만오천리엘인 줄 알고 있으니 그 만큼만 내도 되겠느냐고 물으니...

이만리엘이지만 내게 특별히 만오천리엘로 해주겠다고 하시고선

내 뒤로 차 타려고 오는 손님들한텐 이만리엘이라며 대답하시며 갑자기 날 가리키며 저 손님한테 물어보라고 하신다.

헐헐......가만히 있는 날 왜 난처하게 만드시나.....

하여간 8시 예약했던 택시 아저씨한테 전화해 미안하다며 다른 차를 타고 일찍 돌아갈 거라고 취소하고

7시 30분에는 적어도 출발하겠지 싶었는데...

뒤에 4명 조수석에 2명 태우고 어딘가엘 가더니

뒤에 짐을 한 가득 싣더라.

그 짐들이 택시가 스톱할 때 앞으로 밀려나와 내 머리를 툭툭 치기도 해 깜짝깜짝 놀랐는데

다시 처음만났던 장소로 돌아가더니

처음에 가격 흥정하던 손님들을 다 태우더라.

뒤에 6명 타고 운전석까지 한 명 더 태워 삐딱하게 앉아서 운전하시더라.

대체 어떻게 그 작은 택시안에 10명이 타고 왔는지 모르겠다.

8시 한참 지나 출발...이럴 줄 알았으면 처음 예약한 택시 타는건데....약간 후회..

내 옆에 청년은 태국에서 일하고 돌아왔다며 처음 인사 나누었는데

나중엔 서로가 허리도 펴지 못한채 붙어앉아 힘들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뒤늦게 끼여 탄 아주머니 ..이렇게 사람을 많이 태우느냐고 한 소리 하시더라. ㅎㅎ

힘들었으나 ...

불안한 빗길 그 늦은 밤에

우루루 사람들틈에 끼여 긴 시간을 오는 동안

내가 캄보디아에 참 많이 적응했구나...싶었다.

예전같으면 돈 벌려고 안전은 생각안하는 기사 아저씨에게 뭐라고 버벅거리며 한마디 했을텐데....

지금은 그러려니....하며 나도 그들처럼 인내하며 가만히 있는다.

오는 길에 집집마다 세워 짐을 내리느라 내렸다 탔다를 반복....

뿌삿에 와서는

보통 택시는 집까지 바래다주는데

그 아저씨는 손님들을 한 장소에 다 내리게 하더니 오토바이를 타고 가라신다.

그 밤 10시에!

개들이 많아 무서워

우리집까지 못 간다며

조금만 가면 우리집이니 태워달라고 하니

또 희안하게 내 부탁은 금방 들어주시며 나만 특별대우로 바래다 주셨다.

어찌나 남은 사람들한테 미안하던지.....ㅜㅜ

자기네 나라 사람보다 외국인인 내게 관대하신 아저씨...

다음에 또 당신 차 타라고 명함까지 챙겨주셨다.

돌아보면 하루 재밌는 여행이었다.

늘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항상 도움 받으며 산다.

잘 도착했다고 연락드리니

"Thanks be to God.God bless you" 문자 주신 신부님.

성사를 볼 때

형편없고 초라한 내 꼬라지에 대해 말씀드리니.....

그분이 물으시더라.

"예수님께 물어봤어요?"

"예수님은 수녀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물어봤어요?"

순간 내가 쫒아가기 버거웠던 내가 그린 이상형 이미지가 팍! 깨어지는 듯 했다.

보살펴주고 계셨다.

내가 살아갈 수 있도록 돌보아주고 계셨다.

나의 공동체도, 이웃들도, 우연히 만나는 사람들도, 내 구질구질한 이야기를 인내하며 듣고 성사를 주신 신부님도 ...

고마운 분들, 따뜻한 기억과 함께

나의 하루 하루는 가고 있다.

보살핌 받는 것처럼 나 자신도 나를 애정으로 돌보며 마음 한가닥 한가닥 존중해주며

성질은 못됬고 이쁜 구석은 없지만 이렇게 생겨먹은 내 나름을 좋아해주며 가야겠다는 생각이 올라온다.

그것이 내가 통합과 성장에로 가는 길일테니.

나의 하루 여정. 이만하면 나쁘지 않다.

Thanks be to God!!

-캄보디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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