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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 쑤어쓰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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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by 작성일2016-04-22 조회3,07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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쑤어쓰다이!

<인도하심>
2월 어느 날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던 주일에 잠잠하던 휴대폰이 울렸다. 경북북부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함께 근무하고 계시는 곽세정 마리아 수녀님의 전화 한 통! 수녀님의 다급한 목소리는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손우헌 선생님 뭐하고 있어요? 지금 무료하게 시간을 보낼 때가 아니예요, 캄보디아 해외자원봉사 가야지요.” 아직 정확하게 결정되지 않았던터라 어안이 벙벙했던 나에게 다시 한번 “지금부터 해외자원봉사활동 갈 준비를 하세요.” 라고 하셨다. “어떤 준비를...” 이렇게 시작 된 14일 간의 캄보디아 해외자원봉사 활동. 하느님의 인도하심이 있으셨으리라.

<만남>
 해외자원봉사를 준비하는 과정은 혼자선 국외여행도 국외에서 이렇게 장기간 체류한 적도 없던 나에게 두렵기만 했다. 아니, 두려움과 기대가 순간순간 교차했다고 해야겠지. 캄보디아 해외여행을 다녀왔던 지인의 도움으로 어렵사리 채비를 마치고 인천공항으로 출발. 인천공항에서 캄보디아 프놈펜 공항까지는 대여섯 시간 가량 소요되었고, 긴 비행 끝에 도착한 캄보디아에서 제일 처음 나를 반겨주었던 건 다름 아닌 텁텁하고 숨막힐 듯한 공기.
 무사히 도착했다는 안도도 잠시, 마중 나오신 수녀님들과 만나기로 했는데 캄보디아에선 전화 통신망이 원활하지 않았던 터라 많은 인파들 속에서 수녀님들을 찾기가 여간 쉽지 않았다. 그러던 찰나 “혹시 우헌씨인가요?” 내게 찾아온 천사의 목소리. 근데 이게 왠일인가? 사복차림의 수녀님들을 처음 접했던 내겐 굉장히 신선한 경험이었다. 그 때 찾아온 깨달음, 이래서 내가 수녀님들을 찾질 못했구나, 이런 무지함이란. 처음부터 편견 속에 갇힌 내 모습을 깨닫게 해 준 만남.

<축가와 답가>
 내가 간 시기는 캄보디아에선 겨울에 해당하는 시기란다. 체온계가 30~40℃ 사이를 오가고 있는데 겨울이라니, 그럼 우기는 어떻단 말인가? 생각만 해도 현기증이 날 것 같았다.
 이렇게 더운 날씨에 캄보디아를 위해 일하시는 3분의 수녀님. 항상 여유로움과 유머를 잃지 않으셨던 마리도미니카 수녀님, 꽈당 넘어지기를 잘 하시지만 성당 내 유치원에서 아이들의 대모 역할을 해주시던 효주아녜스 수녀님, 언제나 밝은 웃음과 명량한 웃음소리를 나를 반겨주시던 프랑수아즈 수녀님. 하느님께서 보내주신 천사임이 분명하리라.
 수녀님들의 도움으로 2주 동안 지내게 될 숙소와 성당 관계자분들과 짧은 인사를 나눌 수 있었다.
 한국에서와 다름없이 캄보디아에서도 미사에 참석했는데, 프랑수아즈 수녀님이 미사 시간에 나를 위해 센터 아동들이 축가를 불러주니 답가를 준비하라고 하신다. 이런... 시련이 찾아왔다, 나에겐 분명 시련이었다. 그치만 용기내었다.
 짧은 시간 동안 프랑수아즈 수녀님과 함께 답가를 준비했다. 센터 아동들의 축가가 끝나고 답가를 할 차례가 되어 ‘소원’이란 노래를 불렀는데, 성당 내 미사에 참석한 형제, 자매들의 호응이 좋아 다행이었지만, 2주 짧은 시간 동안만 있을 내가 이런 큰 환대를 받아도 될는지 송구스러운 마음도 들었다. 하느님의 은총 아래 더욱 열심을 내리라.
 그렇게 서로의 축가와 답가는 언어가 통하지 않는 답답한 마음에 잔잔한 울림이 되어.

<빈곤과 학대의 대물림>
캄보디아 자원봉사활동 중 마을 방문교육 보조와 취약지역 가정방문 동행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센터를 찾아오는 아동들은 캄보디아 현지인 선생님들이 주로 아동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있었고, 캄보디아에서 외진 마을(캄보디아는 어디 한군데 외진 곳이 아닌 곳이 없었지만 그 중에서도)에서 센터를 오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해 마을에 방문하여 방문 교육을 했다.
 열악한 장비와 불편한 교통수단 모든 것 하나 수월하진 않았지만 교육을 들으러 오는 마을 아동들의 모습을 보니 여기, 이곳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프랑수아즈 수녀님은 캄보디아는 최빈민국 중에 한 곳이라서 기본적인 초등교육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하셨다.
 방문 수업에 참석하고자 하는 많은 아이들을 모두 수용할 수 없어 연령제한을 두었다. 방문 첫 날, 수업을 찾은 형제 중 형은 대상 연령에 포함되는데 동생은 포함 되지 않아 서럽게 울면서 나가는 모습을 보니, 수많은 혜택과 여건 속에서도 배우고자 노력하지 않았던 내 자신이 한심스럽게 생각되었다. 이들에게도 보편적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날이 빠른 시간 내에 오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했다.
 취약지역 가정방문은 내가 일하는 기관인 경북북부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사례관리 업무와 비슷했다. 취약지역에 가정방문 시 물품을 지원하고, 경제상황을 살펴 추후에 지원대상을 파악하였다. 마리도미니카 수녀님은 캄보디아는 아직 법과 제도가 제대로 정비되지 않아서인지 부부갈등으로 인한 이혼율이 높고, 이로 인해 친인척 보호 되거나, 버려지는 아동들이 많다고 한다. 내가 방문한 가정에도 전 날 친부모가 부부싸움을 해서 친부모가 집을 나가고 아동들만 덩그러니 집에 남겨진 채 있었던 가정도 있었더랬다. 그 해맑던 아동의 모습이 아동 뒤편에 자리 잡은 다 무너져가는 허름한 집과 대조되어 더욱 선명하게 보였다, 그들이 가진 슬픔이.
 한국에서 아동학대와 관련 된 일을 하며 빈곤과 학대는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알고 있던 터라 캄보디아 아동들에게도 보편적 복지혜택이 주어져야 된다 생각되었다.
 그들에겐 정말 필요한건 무엇일까? 그리고 앞으로 내가 어떤 일들을 해야 할까, 그들을 위해. 많은 고민을 하게 되었다.
 수녀님들께서 그들과 함께 하고 있어 정말 다행스러웠다. 마데 데레서 수녀님께서 “하느님께서는 작은 몽땅연필로 좋아하시는 것을 그리신다. 하느님은 우리가 아무리 불완전한 도구일지라도 그것으로 너무나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신다.” 라고 하신 말씀이 기억난다. 분명 하느님께서는 바로 여기 계신 수녀님들과 함께 캄보디아에 가장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고 계시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헤어짐... 재회>
14일.
생각보다 짧고 진한 아쉬움이 남은 시간.
하느님의 보살핌 아래 14일 일정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14일 간의 기록을 짧은 지면에 모두 표현할 수 없어 아쉽다. 그 일정 안에 수상가옥마을 방문, 센터 현지 선생님들과 즐거운 한 때, 14일 동안 머물렀던 숙소 식구들. 모두 지면을 빌어 함께하고 싶지만 여운으로 남기고 싶다. 언제고 다시 추억할 일이 있길 바라며.
 무엇보다 14일 동안 무탈하게 해외자원봉사활동을 할 수 있도록 인도해주신 하느님과 캄보디아 생활에 불편함이 없도록 도움 주신 세 분의 수녀님들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또한 캄보디아 해외자원봉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애써주신 마리루시 관구장 수녀님, 경북북아동보호전문기관 임윤령 관장님, 김혜정 노엘라 사무국장 수녀님, 천영익 팀장님, 곽세정 마리아 수녀님 이하 모든 직원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2016년 한해는 ‘자비의 희년’ 이라고 한다.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들에게 하느님의 자비가 함께하시길 바라며 이만 줄인다.

수신 : 캄보디아에 그리스도의 교육수녀회에서 아이들을 위한  교육센터를 짓는다고 합니다. 모두들 관심과 지지 부탁드립니다. 후원은 언제나 두둑히!

경북북부아동보호전문기관 손우헌 사례관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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