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제6차 공항 개발 종합 계획’에 대한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의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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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윤 요한 댓글 0건 조회 1,574회 작성일 22-10-22 15:47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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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2.10.13 15:17 GMT +0900
제목: [보도자료] 정부의 ‘제6차 공항 개발 종합 계획’에 대한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의 입장
첨부파일: 박현동 아빠스 주교복장 배포용.jpg
배포일: 2022-10-13(목)
문 의: 생태환경위원회 김 화물라 수녀 ☎ 02-460-7622
배 포: 미디어부 홍보팀 김은영 차장 02-460-7686; 010-3244-8365 media@cbck.kr정부의 ‘제6차 공항 개발 종합 계획’에 대한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의 입장
과도한 공항 건설은 탄소 중립에 역행합니다
이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19(이하 코로나19)의 안정기를 지내며 한국 사회는 새로운 출발을 앞두고 있습니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예전에 인류가 살아왔던 모든 방식과는 전혀 다르게 살아야 함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에 우리나라 또한 기후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며 2050년 탄소 중립을 선언하면서 각종 대응 정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그러나 근본적인 변화를 이루겠다는 의지보다는 형식적인 움직임으로 보이는 것이 많습니다.미비한 대응 가운데서도 가장 대표적인 것이 항공 관련 정책입니다. 항공기는 교통수단 가운데 시간당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합니다. 영국의 데이터 기반 기후 변화 언론사 카본 브리프(Carbon Brief)의 보고에 따르면, 2050년까지 지구 온도 상승 1.5도 이하 달성을 위하여 허용 가능한 누적 온실가스 배출 총량(carbon budget)의 27%가 항공 부분에 해당하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곧 지금은 기술 개발과 대체 연료 사용으로의 전환과 함께 무엇보다 항공 수요와 관련된 인프라를 급격하게 줄여나가야 하는 위급 상황입니다.
이에 세계 각국은 공항을 줄여나가고, 증설 계획을 취소하며, 단거리 노선을 규제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스웨덴은 자국 내에서 세 번째로 큰 브롬마 공항을 폐쇄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영국 히스로 공항은 파리 협정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일 책무를 고려하지 않고 공항 확장을 결정하였다는 이유로 공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프랑스 하원은 열차로 2시간 30분 이내로 이동할 수 있는 거리에 대하여 국내선 항공 운항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정책은 거꾸로 가고 있습니다. 국토 교통부는 지난 2021년 9월 24일, 2025년까지의 공항 정책 추진 방향을 담은 ‘제6차 공항 개발 종합 계획’을 확정·고시하였습니다.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기존 15개 공항에 10개 공항이 추가되어 모두 25개의 공항이 좁은 국토 안에 난립하게 됩니다. 공항이 수요가 없어 해마다 막대한 만성 적자를 누적시켜 왔고, 특히 2020년에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기존 14개 공항 모두가 적자에 허덕였습니다. 적자 금액은 2,154억 원에 이릅니다. 코로나19 이후 국제 여객 감소에 따른 항공사들의 매출 피해에 정부는 8조 원에 가까운 공적 자금을 지원하였습니다. 지금도 수요가 없고, 사용하지도 않는 공항들이 난립하는 상황이므로 오히려 기존의 공항과 항공 수요를 과감하게 줄여나가야 하는 절박한 때입니다.
특히 현재 추진되고 있는 새만금 신공항 계획은 공항 건설과 운영 과정에서 막대한 양의 온실가스 배출이 예상됩니다. 나아가 갯벌과 염습지, 산림, 바다 등 생태계의 돌이킬 수 없는 훼손은 온실가스 흡수원을 없애 버리는 이중의 악영향을 불러일으킵니다. 2021년 7월, 정부 각 부처와 지자체들의 노력으로 ‘한국의 갯벌’이 유네스코 세계 자연 유산에 등재되었습니다. 한쪽에서는 막대한 예산을 들여 갯벌을 비롯한 자연 생태계를 복원하고 보존을 강조하면서, 동시에 다른 한쪽에서는 막대한 예산을 들여 갯벌과 염습지, 산림과 바다를 파괴하는 신공항을 짓는 모순을 자처하고 있습니다. 제주도의 제2공항 건설도 주민 투표를 통하여 도민들이 반대하는 일입니다. 제주도는 이미 쓰레기 포화상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고, 바다 사막화도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자연은 한번 심하게 훼손되면 회복이 거의 불가능할 뿐 아니라 회복되더라도 몇 배의 시간과 비용이 드는 일인 만큼 환경 영향 평가를 확실하게 해야 합니다. 생태 회복을 위하여 개인적인 실천도 필요하지만, 국가의 장기적인 정책과 의지는 훨씬 중요합니다. “즉각적인 결과에 초점을 맞추는 정치적 계획은 소비를 추구하는 사람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단기적 성장만을 추구할 수밖에 없습니다. …… 근시안적인 정권 수립으로 환경에 관한 장기적 안건들이 정부의 공공 정책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합니다”(「찬미받으소서」, 178항).
자연적·사회적 재난으로 이 재난에 책임이 없는 가난한 사람들과 말 못하는 생명들이 가장 먼저 고통받고 희생됩니다. 그렇기에, 이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우리는 하느님 피조물을 돌보는 신앙인들의 핵심 소명을 다시 발견해야겠습니다(「찬미받으소서」, 217항 참조). 생태적 감수성을 가지고 가난한 이들과 함께 연대하고, 모든 생명의 터전을 보존하는 일에 나서야 합니다. 경제성만을 앞세우는 사고, 정치 공학적인 정책과 사업들, 각종 난개발, 개발과 건설을 통하여 이익을 얻는 자본의 속성을 제대로 식별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세상이라는 정원을 ‘일구고 돌보아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창세 2,15 참조). 경제 발전의 논리로만 삶의 터전을 대할 것이 아니라, 같은 창조물이며 하느님 창조의 협력자로서 자연과의 관계와 책임을 우리는 의식해야 합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터전은 우리 후손들도 살아가야 하는 터전입니다. 불필요하고 중복된 공항 건설과 같이 온 국토에서 진행될 생태 파괴 행위를 멈추고 이제는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코로나19 세계적 대유행 이후를 살아야 합니다. “생명을 선택해야”(신명 30,19) 합니다.
2022년 10월 13일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
위원장 박 현 동 아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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