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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 성하의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 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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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줄기비(一雨) 댓글 0건 조회 1,262회 작성일 22-08-15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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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 성하의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 담화

(2022년 9월 1일)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피조물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라’는 올해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의 주제이자 초대입니다. 교회 일치적 기념의 시기는 9월 1일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로 시작하여 10월 4일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 기념일에 끝납니다. 이 시기는 모든 그리스도인이 우리 공동의 집을 돌보고자 함께 기도하고 일하는 특별한 때입니다. 이 창조 시기는 본래 콘스탄티노폴리스의 총대주교에게서 영감을 받았으며, ‘생태적 회개’에 노력을 기울이는 기회입니다. 이는 바로 1970년에 성 바오로 6세 교황께서 이미 예견하신 “생태적 재난”에 대한 응답으로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께서 북돋우신 회개입니다.1)

 

  우리가 귀 기울이는 방법을 배우면, 우리는 피조물이 내는 목소리에서 일종의 불협화음을 들을 수 있습니다. 한편에서는 사랑하는 우리 창조주를 찬양하는 아름다운 노래를 들을 수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우리 공동의 집에 대한 우리의 착취에 슬퍼하는 비통한 호소를 들을 수 있습니다. 

 

  피조물의 아름다운 노래는, 자연계 안의 하느님 현존에 주의를 기울이며 “생태 영성”(「찬미받으소서」[Laudato Sí], 216항)을 실천하라고 우리를 초대합니다. 이는 “우리가 다른 피조물들과 분리되어 있지 않고 우주의 다른 존재들과 더불어 커다란 우주적 친교를 이루고 있다는 사랑에 넘치는 인식”(「찬미받으소서」, 220항)을 우리 영성의 바탕으로 삼으라는 초대입니다. 특히 그리스도를 따르는 이들에게 이러한 빛나는 체험은 “모든 것이 그분을 통하여 생겨났고 그분 없이 생겨난 것은 하나도 없다.”(요한 1,3)는 인식을 강화합니다. 이 창조 시기에 우리는 피조물이라는 위대한 대성전 안에서 다시 한번 기도하고, 모두 함께 주님께 찬양의 노래를 바치는 수많은 피조물로 이루어진 “우주의 위대한 합창”을 즐깁니다.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성인의 찬가에 우리도 동참합시다. “저의 주님, 주님의 모든 피조물을 통하여 찬미받으소서”(‘피조물의 찬가’ 참조). 시편 저자의 노래에 함께합시다. “숨 쉬는 것 모두 주님을 찬양하여라”(시편 150,6).

 

  안타깝게도, 이 아름다운 노래에는 비통에 찬 울부짖음이 따릅니다. 또는 더 나아가 비통한 울부짖음의 합창이 따릅니다. 먼저, 우리의 누이이며 어머니인 지구가 울부짖습니다. 지구는 우리의 소비주의적 만행의 희생양이 되어 흐느끼며 우리의 남용과 지구의 파괴를 멈추어 달라고 우리에게 간절히 요청합니다. 울부짖는 다른 피조물들도 있습니다. 창조 사업 안에 있는 그리스도의 중심성에서 완전히 어긋나는 “자의적인 인간 중심주의”(「찬미받으소서」, 68항)에 휘둘려 수많은 생물종이 멸종하고 있고, 그들의 찬양 노래가 들리지 않습니다. 우리 가운데서 울부짖고 있는 가장 가난한 이들도 있습니다. 가난한 이들은 기후 위기를 접하게 되고, 점점 더 극심해지고 빈번해지는 가뭄, 홍수, 허리케인, 혹서의 영향을 더욱 심각하게 받습니다. 마찬가지로 우리의 형제자매인 원주민들도 울부짖고 있습니다. 경제 이득만을 추구한 결과로 원주민들은 선조들의 땅을 모조리 침략당하고 파괴당하였으며, “저항하는 부르짖음이 하늘까지 울려 퍼지고 있습니다”(「사랑하는 아마존」[Querida Amazonia], 9항). 마지막으로, 우리 자녀들의 탄원이 있습니다. 오늘날 젊은이들은 근시안적이고 이기적인 행동들로 위협받고 있다고 느끼고 울부짖으며 우리 지구의 생태계 붕괴를 막거나 적어도 제한하기 위하여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 달라고 우리 어른들에게 애타게 요청합니다.

 

  이처럼 비통에 찬 울부짖음에 귀 기울이면서 우리는 우리 생활 양식과 파괴적인 체계를 뉘우치고 바꾸어야 합니다. 복음서는 앞 부분에서부터 우리에게 다음과 같이 요청합니다. “회개하여라. 하늘 나라가 가까이 왔다”(마태 3,2). 이는 하느님과 관계를 새롭게 맺으라는 요청이며, 다른 이들과 맺는 관계와 피조물과 맺는 관계도 포함합니다. 현재 우리 공동의 집의 훼손 상태는, 심각한 보건 위기와 전쟁과 같은 세계적 도전 과제들만큼이나 관심을 받아야만 합니다. “하느님 작품을 지키는 이들로서 우리의 소명을 실천하는 것이 성덕 생활의 핵심이 됩니다. 이는 그리스도인 체험에서 선택적이거나 부차적인 측면이 아닙니다”(「찬미받으소서」, 217항).

 

  우리는 신앙인으로서 회개의 요청에 따라 날마다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더욱더 크게 느낍니다. 이는 그저 개인들에게 하는 요청이 아닙니다. “지속적인 변화를 이루는 데에 필요한 생태적 회개는 공동체의 회개이기도 합니다”(「찬미받으소서」, 219항). 이러한 점에서, 국가들의 공동체도 특히 환경 문제에 관하여 애쓰는 국제연합 회의들에서 최대한 협력하는 자세로 다짐하고 행동할 것을 요청받습니다.

 

  2022년 11월에 이집트에서 열릴 제27차 국제연합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는 파리 협정의 효과적인 이행을 촉진하는 데에 모든 이가 참여할 기회를 의미합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도 21세기의 인류가 “자기의 막중한 책임을 기꺼이 떠맡았다고 기억되기를”(「찬미받으소서」, 165항) 희망하며, 저는 최근 바티칸 시국의 이름으로 이를 대표하여 국제연합 기후변화협약과 파리 협정에 가입할 권한을 교황청에 주었습니다. 기온 상승을 섭씨 1.5도로 제한하려는 파리 협정의 목표를 이루는 데에는 상당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또한 기후 계획을 제시하는 데에 모든 국가의 책임감 있는 협력 또는 온실가스 순 배출량을 최대한 빨리 영점까지 감소시키기 위한 국가 차원의 더욱 원대하고 결단력 있는 노력을 요구합니다. 이는 피조물을 더욱 존중하고, 현재와 미래의 모든 민족이 온전한 인간 발전, 곧 책임감, 신중함, 예방, 연대, 가난한 이들과 미래 세대에 대한 관심을 기반으로 한 발전을 더욱 존중하는 방향으로 소비 모형과 생산 모형과 생활 양식을 ‘전환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모든 것의 기반에는 인간과 환경 사이의 계약이 필요합니다. 이는 우리 신자들에게 “우리를 나게 하신 분이시며, 우리가 향하여 나아가고 있는 분인 하느님의 창조적 사랑”3)을 보여 주는 거울입니다. 이러한 전환으로 일어날 변화는 정의의 요청, 특히 기후 변화의 영향에 가장 큰 타격을 받은 노동자들을 위한 정의의 요청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12월에 캐나다에서 열릴 제15차 국제연합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는 생태계 파괴와 생물종의 멸종을 막으려는 새로운 다자간 협약을 채택하기 위한 중요한 기회를 선의의 국가들에게 줄 것입니다. 희년의 오랜 지혜에 따라 우리는 “기억하고 되돌아가고 휴식하고 회복”4)하여야 합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생명의 연결망’인 생물 다양성이 더 이상 붕괴하지 않도록 기도하며 국가들이 다음 네 가지 주요 원칙들에 대한 합의에 이르도록 촉구합시다. 첫 번째 원칙은 생물 다양성 보존에 필요한 변화에 대한 명확한 윤리적 기반을 세우는 것입니다. 두 번째 원칙은 생물 다양성 감소에 맞서고, 보존과 협력에 힘쓰며,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사람들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것입니다. 세 번째 원칙은 생물 다양성이 공동 노력을 요구하는 세상의 공동선이라는 사실에 입각하여 세계적 연대를 촉진하는 것입니다. 네 번째 원칙은 토착민, 노인, 젊은이와 같이 생물 다양성 감소에 가장 많은 영향을 받는 이들을 포함하여 취약한 환경에 있는 이들을 우선시하는 것입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광업, 석유 산업, 산림업, 부동산 중개업, 농기업과 같은 거대한 채굴 산업계에 하느님의 이름으로 부탁드립니다. 숲과 습지와 산을 파괴하는 일을 멈추기를, 강과 바다를 오염시키는 일을 멈추기를, 먹거리와 사람에게 해독을 끼치는 일을 멈추기를 부탁드립니다.”5)

 

  지난 두 세기 동안 가장 많은 오염을 일으킨 경제적으로 부유한 국가들 때문에 발생한 “생태적 빚”(「찬미받으소서」, 51항)의 존재를 우리가 어떻게 인정하지 않을 수 있습니까? 이 사실은 그들이 제27차 국제연합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와 제15차 국제연합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에서 더욱 과감한 단계들을 밟아나가게 합니다. 이는, 각국 내에서 결단력 있는 행동들에 더하여, 그 국가들이 기후 위기로 비롯된 대부분의 짐을 이미 짊어지고 있는 경제적으로 더욱 빈곤한 국가들에 재정과 기술 지원에 대한 약속을 지키는 것을 의미합니다. 생물 다양성 보존을 위한 추가 재정 지원에 대하여 시급히 고려하는 것도 적절할 것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차등적”(「찬미받으소서」, 52항) 책임일지라도 경제적으로 덜 부유한 국가들도 큰 책임을 집니다. 다른 이들이 미적거린다고 해서 우리 행동의 실패를 절대로 정당화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모두 결단력 있게 행동하여야 합니다. 우리는 “한계점”(「찬미받으소서」, 61항)에 다다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27차 국제연합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와 제15차 국제연합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가 기후 변화의 위기와 생물 다양성 감소라는 이중의 위기에 효과적으로 맞서는 데에 인류 가족을 일치시킬 수 있도록(「찬미받으소서」, 13항 참조) 올해 창조 시기 동안 기도합시다. 기뻐하는 이들과 함께 기뻐하고 우는 이들과 함께 울라고 한(로마 12,15 참조) 바오로 성인의 권고를 마음에 새겨 피조물의 비통한 호소에 우리도 함께 웁시다. 이 호소를 듣고 행동으로 응답하여 우리와 미래 세대들이 피조물이 부르는 희망과 생명의 아름다운 노래 안에서 계속해서 기뻐할 수 있게 합시다. 

 


로마 성 요한 라테라노 대성전에서

2022년 7월 16일

카르멜산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 기념일


프란치스코




1) 바오로 6세, 국제 연합 식량 농업 기구(FAO) 설립 25주년을 맞이하여 한 연설, 1970.11.16. 

2) 성 요한 바오로 2세, 일반 알현 때의 교리 교육, 2002.7.10. 

3) 프란치스코, “제26차 국제연합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신앙과 과학” 회의 참가자들에게 한 연설, 2021.10.4. 

4) 프란치스코,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 담화, 2020.9.1.,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가톨릭 교회의 가르침』, 63호(2021), 43면.  

5) 프란치스코, 대중 운동 단체에 보낸 영상 메시지, 2021.10.16. 



<내용출처 - ">https://cbck.or.kr/Notice/20220720?gb=K1200> 한국천주교주교회의·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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