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얼굴 (효주 수녀의 자전거 스토리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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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gnes hyoju kim 댓글 0건 조회 4,351회 작성일 13-06-11 10:15본문
빛의 속도로
단박에 반하게 한 얼굴들...
38도
39도
불타는 광안리...
‘더위 먹은 갈매기’를 흥얼거리는데
내 노래를 들으려고 불쑥 얼굴을 들이미는 아이와 눈이 마주쳤다.
“야아~” 더위를 날려버리는 그 천진난만한 얼굴이
쟁반같이 둥근달로 내 마음에 걸렸다.
마을 방문 중에
호박 농사가 잘 된 집을 보았다.
캄보디아에서는 호박잎은 먹지 않는다. 오히려 호박꽃을 먹는다.
강된장을 떠올리며 호박잎을 쪄서 먹는 것을 좋아한다고 했더니,
그 집 어린 딸이 비닐봉지를 들고 뛰어가더니
호박잎을 따서 한 봉지 가득 담아 주었다. 호박꽃도 있었다.
선한 눈망울에 흰 이를 드러내며 웃는 그 아이의 얼굴이 또 단박에 걸렸다.
저 자전거는...
말썽꾸러기 이어라가 나무 뒤로 숨는 것을 보았다.
학교 잘 다니라고 후원한 자전거인데
이리저리 자전거 타고 놀다가 나를 만난 것이다.
“이어라! 학교 가야지.”하고 부르니
자전거 뒤에는 더 어린 공범(?)이 타고 있었다.
선생님이 아직 오시지 않았어요.
소변이 마려워요..
학교까지 같이 가는 데 이유가 많았다.
교실에 들어가 앉는 것을 보고 나오면서
이어라가 자존심 상했을까
혹 반 아이들에게 왕따 당하는 건 아닐까
내심 걱정되어 뒤돌아 본 순간
이어라와 반 아이들의 함박꽃 같은 얼굴들이 우두둑 박혀 들어왔다.
단조롭던 그들 나름의 학교생활에
이 사건은 재미였을까
그날 이어라는 학교 영웅(?)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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