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Pursat 성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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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la paix 댓글 1건 조회 6,045회 작성일 12-12-23 22:04본문
사랑하올 수녀님들 그리고 모든 은인님들께
Marry Christmas and Happy New Year!
저희 분원 공동체는 여기 Pursat공동체에서 첫 대림 성탄을 보내고 있습니다.
Pursat 본당에서는 대림 첫 주 시작하면서부터
각 그룹 어린이, 청소년, 성인 팀들이 나름대로 각자의 역할을 맡아
외적, 내적으로 성탄을 준비하고 있답니다.
청소년은 성탄연극을, 어린이들은 노래와 춤을, 그리고 성인들은 성탄 구유를
그리고 수많은 성탄 별을 만들며 아기 예수님이 오시길 기다리며 준비해 왔답니다.
근 10여년간 이런 성탄 행사를 해오지 않았다며
올 해는 어른들까지 신바람이 난 듯합니다.
성탄 구유를 만드는 일은 거의 대부분 베트남 교우들인데
2주일 가량 매일 오전부터 오후까지 성당에 나와서
아기 예수님을 맞아들일 구유를 꾸몄습니다.
총 감독 역할을 하신 Maria 할머니는
두어 달 전 고인이 되신 Va 할아버지의 부인이십니다.
그녀는 보통 때는 캄보디아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한다며
주일 미사에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우리처럼 캄보디아 말 소통이 쉽지 않아
서로 캄보디아 말을 하더라도
또 다른 캄보디아 말을 하는 이가 캄보디아 말로 통역을 해주어야 통할 지경입니다.
그런데 이번 성탄에는 Maria 할머니가 두 팔을 걷어 붙이고
아기 예수님 오실 구유 꾸미는 일에 자신을 통째로 내어놓았습니다.
매년 자기 집에서 구유를 꾸며 베트남인들이 함께 모이곤 했는데
올 해는 처음으로 성당에 그들이 함께 구유를 마음대로 꾸밀 수 있도록 허락되었기 때문에
너무 기뻐서 다 내어 놓았습니다.
그래서 아침부터 오후까지 두 주간 동안 집에서, 또 성당에서 함께 모여서
오시는 예수님을 기쁘고 기쁜 마음으로 환영하는 마음으로
온갖 정성, 온 힘, 온 마음을 다해 성당을 꾸몄습니다.
생업을 재쳐놓고 여러 날 동안 성당에 구유 꾸미고 있는 남자 교우들,
커피판매를 하는 여교우, 넝마를 주워 수입을 얻는 할머니…
그렇게 두 주일 가량이나 하루같이 나와 Maria 할머니와 협력하여 일하는 글들을 보며
저는 마음 속으로 땟국물 흐르는 낡은 옷이 드러내는 그들의 가난한 생계가
한편으로는 걱정되어 안쓰럽기도 했지만
하하 호호 웃으며 기쁘게 시간을 허비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그들 마음 안에 살아있는 믿음과 사랑의 크기와 깊이가
감동스런 아름다움으로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마음과 뜻을 모아 함께 만드는 이 구유작업을 통해
이들 가운데 오시어 사랑과 평화의 공동체를 건설하고 성장시키시는
주님을 믿고 주님께 이들을 맡기고 나니 마음이 편안하고 기쁩니다.
Pursat 성당은 사방의 나무 창틀이 너무 낡아
떨어져 나가 아예 없거나 거의 떨어지기 직전 모습으로 매달려 대롱거리고
아래층 교리실에서 교리를 가르치고 있노라면
2층 성당 마루 틈 사이로 쓰레기가 쭈루룩 머리 위로 쏟아져 내리곤 하는 낡은 성당이지만
이번 성탄만큼은 새로 만든 오색 깃발과 구유 덕분에
낡은 성당이 그리 눈에 거슬리지 않고
오히려 이보다 더 아름다울 수 없다는 느낌입니다.
성탄장식이 벗겨지는 그날엔 다시 써-얼-렁한 분위기로 돌아가겠지만요.
외부인들이 눈길도 주지 않던 이 성당을
아기 예수님 오심을 준비하는 이 활발한 움직임을 본 대다수가 불교도인 이웃들이
요 며칠 사이에는 교우들을 따라 와 일을 돕거나
친구들을 따라 성당에 관심을 기울이며 찾아오곤 하네요.
성탄 성야 미사 후 행사에는 동네 사람들도 구경 올 것이라 하네요.
이런 때는 군인들도 구경 온다고 합니다.
주일 미사 참여자 수의 두 배로 간식을 준비하는데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축하하는 잔치 자리가 더 기쁘고 풍요롭도록
더 넉넉히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고심 중이랍니다.
즐거운 비명인 셈이지요.
일 년 내내 저희들을 위해
물, 심 양면으로, 기도로 도와 주시는 모든 분들께
성탄의 기쁜 인사를 이렇게 대신합니다.
2012년 성탄
오시는 주님의 사랑과 평화 안에서
이레네 수녀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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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oname01.bmp (0byte) 7회 다운로드 | DATE : 2012-12-23 22:04:07
댓글목록
기준님의 댓글
기준 작성일한참 지나서 캄보디아에서 온 이 소식들을 읽게 되었는데 세분 수녀님들의 이야기 하나하나가 감동! 그 자체네요. 바쁘신데도 우리를 위해서 시간과 마음을 내어 소식 전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더 깊은 기도로 캄보디아교회와 수녀님들과 함께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