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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파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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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프라니 댓글 4건 조회 4,766회 작성일 20-09-12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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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시간에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면

우리는 곧장 상상의 세계로 자신도 모르게 들어가 헤엄을 치곤 한다.

 

시작은 그랬다.

​우리 교사 한 명이 집에서 쌀 장사를 하게 되었다고.

​의외로 쌀 파는 일이 돈이 남는다고.

아...코로나 문제가 심각해지고 후원이 끊기면...

​우리도 뭘 팔아서 아이들 학비, 우리 생활비를 벌어야 하나...

 

그 전에 상상의 세계에선 플라스틱 통 장사까지 한 적이 있었다.

​플라스틱 통 뿐이겠는가.

​어느날엔 비좁은 우리 가게에는 고무 다라이가

천장 높이에 다다를때까지 쌓여있곤 했다.

​종류별로, 사이즈 별로 다 가져다두면

사람들이 “다라이?대야? 바로 그 집이지” 하면서

무조건 우리한테 와서 사는 것이었다. 

그건 변하는게 아니니깐, 그저 쌓아두고 팔기만 하면 되므로

수월하다 여겼다. 

​이 이야기를 할 때는 준희 수녀님도 맞장구를 그렇게 치셨었다.  

​

그것만이 아니다. 물장사도 수십번 했다가 접었다.

​김밥장사, 팥빙수 장사…

​푸르사트 강가에 자리잡은 유럽풍 샌드위치가게 등등.

​아무튼 아직 우리 지역에 등장하지 않은 음식 장사를 중심으로

안해본게 없는 것 같다.

 

오랜만에 새로운 아이템이 또 등장했다.

그건 다름 아닌 김치장사이다.

​

크메르어로  더빙이 된 한국 드라마를 많이 시청하는 캄보디아 사람들은

그 속에서 음식문화를 많이 보게 되고

자연히 매번 등장하는 김치에 눈이 가고

"김치"는 먹어본 적은 없다해도

들어본 적이 없는 사람은 없는 것이다

프놈펜에서 어느 한국인의 캄보디아인 아내가

김치를 팔기 시작했단다.

​이젠 돼지고기삼겹살까지 세트로 묶어 파는데

장사가 그렇게나 잘 된다는 소식을 접했다.

​

그래, 푸르사트에서도 역시 김치다!! 

​

우선 프놈펜에서 비싼 김치 냉장고부터 사와야 했다.

나는 가게 없이 온라인으로 홍보하고

택배로 배달해주는 시스템으로 가자고 하는데...

​우리 수녀님과 신부님은 작더라도 가게가 있어야 한다고 하셨다.

신부님께서 구 성당 앞 연못의 땅을 내어줄 수 있다고 하셨다.

​그곳에 흙을 부어 대충 지으면 된다고.

처음에는 우리가 만들어 팔았는데

그러다가 자꾸 더 팔려서 손이 모자랐다. 

김치를 매일 만들어주는 직원을 뽑아야 했다.

​예상했던대로 주문이 계속 들어오는 것이었다.

​김치가게는 금새 유명해졌다.

​

갑자기 내가 너무 바빠져서

안나스쿨을 빨리 다른 수녀님에게 넘겨주고

정식으로 이 김치 사도직에 투신하는게 좋지 않을까 ..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아… 빨리 우리 수녀님들이 많이 많이 오셔야 겠구나.

​빨리 빨리들 오셔서 언어를 배우셔야 하는데…

​안나스쿨과 유치원은 오시는 수녀님들이 운영하시고

마리도미수녀님과 나는 김치 일에 본격 뛰어드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우리가 돈을 벌어 사도직 뒷바라지를 하면 되지 않겠는가.  

그런데 옆에서 수녀님은

“오…아니지. 수녀님은 안나스쿨 일을 하면서

김치장사까지 사부작 사부작 다 할 수 있을거야” 하신다.

​뭔가 꽤나 그 유혹적인 말투에

나는 금새 꼬시켜서 양 일을 번갈아하는 것으로 결론짓고

더 바빠지기 시작했다.   

​

배달 시스템으로 가야 하니...오토바이도 더 사야 했다.  

공부엔 취미가 없고 택시기사가 꿈이라던

우리 학생을 취직하게 해서 그 일을 맡겼다. 

여기저기 주문이 밀려와서 눈코뜰새 없었다.  

​

또 나는 그럼 우리가 너무 바쁘고 힘드니

수량을 제안해서 그날은 그것만큼만 팔고 끝내자고 하자

수녀님은 그렇게만 팔면 돈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왕하는 김에 벌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이럴 때 들려오는 수녀님 말씀은 언제나 일리가 있었다.

​

김치뿐만 아니라 삼겹살과 함께 묶은 세트는 역시 잘 팔렸다.

​돈 있고 바쁜 사람들이 세트음식을 주문하게 된 것이다.

​김치랑 삼겹살이랑 볶아서 먹으면 다른 반찬 필요없는 걸 다들 눈치챘나보다.

​

그렇게 주문이 밀려오고 밀려오고 ...

​우리는 매일 매일 열심히 열심히 일하고 팔았다.

김치에도 여러 종류가 있지 않은가...부추김치, 깍두기 김치, 물김치 등.

​김치를 종류별로 만들고 만들다가....

​우리는 식사 시간을 거의 2시간 가까이나 보내버렸다.

​굉장히 피곤함을 느꼈다.  

​

안나스쿨에서 식사를 끝내고 수녀원으로 돌아오는 길에

수녀님이 그러셨다.  

“김치 장사를 실컷했더니 난 파김치가 된 기분이야”

나도 그랬다. ​

“ 저두요. 허리가 너무 아파요. 돈 버느라 일을 너무 해서 골병이 다 들었어요.”

​

 꿈에 부풀어 시작했던 김치장사는 그렇게 파김치가 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

“그래...더운 나라에서 사는 것도 힘든데...우리 김치장사는 하지 말자.”  

 :

얼마나 지쳤던지 우린 그 이후로 한동안 “김치”뿐 아니라

 “김” 이야기 조차도 꺼내지 않았다.


다음엔 또 무슨 아이템에 등장할지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다. 

댓글목록

보나마나님의 댓글

보나마나 작성일

ㅋㅋ우리도 종종 그렇게 파김치가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녀님들 사업아이템이 매우 흥미롭습니다. 혹시 형제적이고 책임있는 공동체 생활을 지향하며 공동사업 제안해봅니다. 이는 곧 각 대륙과 개방 연대를 사는 또 하나의 방법 ㅋㅋ

프라니님의 댓글의 댓글

프라니 작성일

정말 좋은 말씀 감사드려요. 그럼 두부과자 비법부터 전수 받아야 하지 않을까요? 큿. 아무쪼록 담에 한국가면 두부과자 만들기 참여할게용~^^

새롬님의 댓글

새롬 작성일

저는 보따리장사에 투신할께요. 캄보디아에서 만든 물건들을 한국으로 가져와서 파는 것~~ 그곳에서 공예품이든, 가공품이든 만들어서 비행기나 배에 실어보내면 공항에서 그것을 받아 팔아드리지요. ㅎㅎㅎ 저도 오늘 상상의 보따리에 눌려 짜부러질려나?

프라니님의 댓글의 댓글

프라니 작성일

수녀님. 말씀만으로도 정말 감동이에요. ㅋ 항상 선교페이지 읽어주시고 댓글도 여기저기 남겨주셔서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