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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 파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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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프라니 작성일2020-09-12 조회60회 댓글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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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시간에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면

우리는 곧장 상상의 세계로 자신도 모르게 들어가 헤엄을 치곤 한다.

 

시작은 그랬다.

우리 교사 한 명이 집에서 쌀 장사를 하게 되었다고.

의외로 쌀 파는 일이 돈이 남는다고.

...코로나 문제가 심각해지고 후원이 끊기면...

우리도 뭘 팔아서 아이들 학비, 우리 생활비를 벌어야 하나...

 

그 전에 상상의 세계에선 플라스틱 통 장사까지 한 적이 있었다.

플라스틱 통 뿐이겠는가.

어느날엔 비좁은 우리 가게에는 고무 다라이가

천장 높이에 다다를때까지 쌓여있곤 했다.

종류별로, 사이즈 별로 다 가져다두면

사람들이 다라이?대야? 바로 그 집이지하면서

무조건 우리한테 와서 사는 것이었다. 

그건 변하는게 아니니깐, 그저 쌓아두고 팔기만 하면 되므로

수월하다 여겼다

이 이야기를 할 때는 준희 수녀님도 맞장구를 그렇게 치셨었다.  

그것만이 아니다. 물장사도 수십번 했다가 접었다.

김밥장사, 팥빙수 장사

푸르사트 강가에 자리잡은 유럽풍 샌드위치가게 등등.

아무튼 아직 우리 지역에 등장하지 않은 음식 장사를 중심으로

안해본게 없는 것 같다.

 

오랜만에 새로운 아이템이 또 등장했다.

그건 다름 아닌 김치장사이다.

크메르어로  더빙이 된 한국 드라마를 많이 시청하는 캄보디아 사람들은

그 속에서 음식문화를 많이 보게 되고

자연히 매번 등장하는 김치에 눈이 가고

"김치"는 먹어본 적은 없다해도

들어본 적이 없는 사람은 없는 것이다

프놈펜에서 어느 한국인의 캄보디아인 아내가

김치를 팔기 시작했단다.

이젠 돼지고기삼겹살까지 세트로 묶어 파는데

장사가 그렇게나 잘 된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래, 푸르사트에서도 역시 김치다!! 

우선 프놈펜에서 비싼 김치 냉장고부터 사와야 했다.

나는 가게 없이 온라인으로 홍보하고

택배로 배달해주는 시스템으로 가자고 하는데...

우리 수녀님과 신부님은 작더라도 가게가 있어야 한다고 하셨다.

신부님께서 구 성당 앞 연못의 땅을 내어줄 수 있다고 하셨다.

그곳에 흙을 부어 대충 지으면 된다고.

처음에는 우리가 만들어 팔았는데

그러다가 자꾸 더 팔려서 손이 모자랐다. 

김치를 매일 만들어주는 직원을 뽑아야 했다.

예상했던대로 주문이 계속 들어오는 것이었다.

김치가게는 금새 유명해졌다.

갑자기 내가 너무 바빠져서

안나스쿨을 빨리 다른 수녀님에게 넘겨주고

정식으로 이 김치 사도직에 투신하는게 좋지 않을까 ..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빨리 우리 수녀님들이 많이 많이 오셔야 겠구나.

빨리 빨리들 오셔서 언어를 배우셔야 하는데

안나스쿨과 유치원은 오시는 수녀님들이 운영하시고

마리도미수녀님과 나는 김치 일에 본격 뛰어드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우리가 돈을 벌어 사도직 뒷바라지를 하면 되지 않겠는가.  

그런데 옆에서 수녀님은

아니지. 수녀님은 안나스쿨 일을 하면서

김치장사까지 사부작 사부작 다 할 수 있을거야하신다.

뭔가 꽤나 그 유혹적인 말투에

나는 금새 꼬시켜서 양 일을 번갈아하는 것으로 결론짓고

더 바빠지기 시작했다.   

배달 시스템으로 가야 하니...오토바이도 더 사야 했다.  

공부엔 취미가 없고 택시기사가 꿈이라던

우리 학생을 취직하게 해서 그 일을 맡겼다. 

여기저기 주문이 밀려와서 눈코뜰새 없었다.  

또 나는 그럼 우리가 너무 바쁘고 힘드니

수량을 제안해서 그날은 그것만큼만 팔고 끝내자고 하자

수녀님은 그렇게만 팔면 돈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왕하는 김에 벌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이럴 때 들려오는 수녀님 말씀은 언제나 일리가 있었다.

김치뿐만 아니라 삼겹살과 함께 묶은 세트는 역시 잘 팔렸다.

돈 있고 바쁜 사람들이 세트음식을 주문하게 된 것이다.

김치랑 삼겹살이랑 볶아서 먹으면 다른 반찬 필요없는 걸 다들 눈치챘나보다.

그렇게 주문이 밀려오고 밀려오고 ...

우리는 매일 매일 열심히 열심히 일하고 팔았다.

김치에도 여러 종류가 있지 않은가...부추김치, 깍두기 김치, 물김치 등.

김치를 종류별로 만들고 만들다가....

우리는 식사 시간을 거의 2시간 가까이나 보내버렸다.

굉장히 피곤함을 느꼈다.  

안나스쿨에서 식사를 끝내고 수녀원으로 돌아오는 길에

수녀님이 그러셨다 

김치 장사를 실컷했더니 난 파김치가 된 기분이야

나도 그랬다. ​

저두요. 허리가 너무 아파요. 돈 버느라 일을 너무 해서 골병이 다 들었어요.”

 꿈에 부풀어 시작했던 김치장사는 그렇게 파김치가 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그래...더운 나라에서 사는 것도 힘든데...우리 김치장사는 하지 말자.”  

 :

얼마나 지쳤던지 우린 그 이후로 한동안 김치뿐 아니라

 이야기 조차도 꺼내지 않았다.


다음엔 또 무슨 아이템에 등장할지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다. 

댓글목록

보나마나님의 댓글

보나마나 작성일

ㅋㅋ우리도 종종 그렇게 파김치가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녀님들 사업아이템이 매우 흥미롭습니다. 혹시 형제적이고 책임있는 공동체 생활을 지향하며 공동사업 제안해봅니다. 이는 곧 각 대륙과 개방 연대를 사는 또 하나의 방법 ㅋㅋ

프라니님의 댓글

프라니 댓글의 댓글 작성일

정말 좋은 말씀 감사드려요. 그럼 두부과자 비법부터 전수 받아야 하지 않을까요? 큿. 아무쪼록 담에 한국가면 두부과자 만들기 참여할게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