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서 보아라" (캄보디아 사도직 방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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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누가만나 댓글 3건 조회 366회 작성일 24-11-25 23:58본문
2023년 초 동반자 대표자회의에서 동반자들이 수녀회 사도직에 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를 권고하였고, 2024년 회의에서는 동반자 활동 중 하나로 정하였습니다. 캄보디아에서 수녀님들이 사도직을 하고 계신 현장인 ‘자비의 성모 유치원’이 설립 10주년을 맞이하여 참여할 동반자를 긴급히 구한다는 안내가 있어, 해외 사도직 현장을 방문하여 10주년 기념 미사에도 참례하고 동반자들의 해외 사도직 참여 방향을 모색할 목적으로, 저와 헬레나 자매님이 캄보디아를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행사를 위해 수녀회 한국관구에서 가시는 스텔라 수녀님과 동행하였습니다.
첫째날 2024년 11월 15일 금요일
새벽 4시40분 대구에서 공항리무진으로 인천공항에 가서 일찍 와 계신 스텔라 수녀님을 만나서 부칠 짐 정리부터 하였습니다. 동반자회에서 마련해 준 막대사탕과 초콜렛, 젤리 비타민, 어린이 칫솔, 풍선 등 짐이 너무 많아서 가방에 조금 여유가 있는 수녀님 가방으로 일부 짐을 옮기고 캄보디아 항공인 스카이앙코르 항공편으로 출국하였습니다. 작은 항공기라 그런지 출발 전부터 기내에서 한 시간을 기다려 12시 20분경에야 인천공항을 이륙할 수 있었습니다. 캄보디아 프놈펜에 현지시간 3시20분 도착 예정이었는데 조금 늦게 도착하여 기다리고 계시던 그리스도의 교육 수녀회 프랑소와즈 수녀님과 의정부교구에서 파견되어 바탐방 교구 내 야고보 성당에서 사목하시는 배존희 신부님을 만났습니다. 11월은 캄보디아에서는 가장 건조하고 시원한 계절이라고 하지만 현지에 도착한 우리에게는 ‘헉’ 하는 더위로 먼저 다가왔습니다. 프놈펜에서 수녀님들이 계시는 푸삿까지는 서너 시간 걸리는 거리라 하셨는데 최근에 길이 새로 나서 자동차 달리기가 많이 좋아졌다고 합니다. 배 신부님 차를 타고 수녀원으로 가는 도중에 주유소 옆 땅바닥에 자리를 깔고 아이스박스를 식탁 삼아 신부님께서 사오신 맛있는 김밥으로 저녁식사를 했습니다.
도로의 신호등도 좀 다르고 오토바이가 많아서 먼 길 운전이 많이 위험해 보였습니다만 배 신부님 덕분에 감사히 수녀원에 잘 도착하여 현지에서 사도직을 하고 계신 마리도미니카 수녀님과 한국 봉사자 몇 분을 만났습니다. 한국에서 명예퇴직을 한 중학교 여선생님이 일년간 봉사자로 와 계셨고 봉사차 와 계신 서울대교구 신학교 학사님 한 분과 해군사관학교 학생 한 분, 그리고 다른 청년과 젊은 자매 한 분 모두 다섯 분이 수녀원과 안나스쿨에 봉사하러 와 있었습니다. 현재의 수녀원은 새로 지은 것이라 매우 아름답고 좋아보였습니다. 2층 건물인데 옥상에는 물탱크가 멋있게 올려져 있었고 마당과 정원은 넓고 아름다운 꽃들이 피어 있었습니다. 담장을 옆으로 두고 우측에는 방과후 학교인 안나 스쿨이 수녀원보다 크게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프랑소와즈 수녀님이 해외 사도직을 하러 여기 오신 지 십오년, 마리도미니카 수녀님은 십년이 되셨다하니, 이렇게 반듯하게 집을 마련하기까지 그동안 많은 수녀님들께서 얼마나 고생이 많으셨을까 싶었습니다. 수녀원에 마련된 깨끗한 침실에 각각 들어갔습니다. 이렇게 긴 첫날이 지나갔습니다.
둘째날 11월 16일 토요일
마리도미니카 수녀님은 소임으로 유치원과 어려운 이웃들을 돌보고 계셨고, 프랑소와즈 수녀님은 소임으로 방과후 학교인 안나스쿨과 여덟 개의 공부방을 운영하고 계셨습니다. 안나스쿨은 작년에 설립 십주년이었다고 합니다. 시차 관계로 새벽 일찍 일어나 수녀원 내 성당으로 갔습니다. 장애의 십자고상이 모셔져 있었는데 왼쪽 다리의 무릅 아래 부분이 잘려 나간 예수님상이었습니다. 이 나라 인구의 사분의 일이 잘려 나간 아픈 역사를 말해주는듯 했습니다. 감실은 이 나라 전통불교 스타일이었고 성당은 자그마하고 아름답고 평온했습니다. 여섯시 사십분 수녀님들의 공동 기도시간이 되어 세 수녀님과 함께 성모일도로 하루를 시작하였습니다. 함께하는 성무일도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하느님께 감사와 찬미가 절로 나왔습니다.
수녀님들과 함께 빵과 커피 등으로 맛있게 아침식사를 하고 물 위 배 위에 있는 수상(水上)의 성당으로 향했습니다. 토요일 오전에는 수상가옥에 사는 신자들과 어린이들이 함께 수상성당에서 미사를 드린다고 했습니다. 프랑소와즈 수녀님과 함께 배신부님께서 운전하시는 차를 타고 다시 배를 타고 선상(船上) 성당으로 갔습니다. 수상가옥들이 많이 보였고 수상가옥들 중에는 철물점, 수퍼 등 온갖 가게들이 있었는데 한참 동안 배를 타고 가니 수상성당이 보였습니다. 배 하나가 성당으로 되어있고 작은 배가 두어개 묶여져 있었는데 하나는 어린이들이 뛰어노는 놀이터였고 다른 하나는 선상학교 공부방이었습니다. 프랑소와즈 수녀님께서 일주일에 세 번씩 오셔서 아이들 공부를 돌봐주신다고 했습니다. 아름답다고 하기에는 마음이 쨘하고 신기했습니다. 사람들의 생활이 어렵고 힘들어 보였는데도 물 위에 있어서인지 참 평화로워 보였습니다. 너무 낡고 쓰러질 것 같은 수상가옥들도 보였는데 수녀님들과 여러 단체들에서 수리를 도와주거나 새로 지어주기도 한다고 합니다. 대부분 베트남계 사람들인데 정부가 이들을 육지로 강제 이주시키는 정책이 있어 불안한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우리가 수상가옥으로 갈 때는 여권사본이 필요했습니다. 성당 미사에 어른은 몇 명 되지 않았지만 아이들은 삼사십명 되었습니다. 환하게 웃는 아이들의 눈빛이 얼마나 영롱하고 맑게 빛나는지 빨려 들어가는 듯 했습니다. 다가와서 손톱도 만지고 등에 기대는 모습이 참 사랑스러웠습니다. 프랑소와즈 수녀님은 여기서도 아이들과 미니 성가대를 만들어서 키보드를 연주하면서 함께 성가를 불렀습니다. 미사 중간중간에 아이들이 부르는 성가가 너무 아름다워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하느님께서 얼마나 기뻐하실까 하는 생각이 더불어, 미사를 봉헌하는 신부님, 아이들과 함께하는 수녀님께 참 고맙고 감사하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미사 후 아이들은 우리가 나누어준 막대 사탕을 하나씩 입에 물고서 자기들이 타고 온 돛단배에 올라 노를 저으면서 떠났는데 여러 배가 함께 빠져나가는 모습에 한편으로는 연민이 느껴지기도 했지만, 행복한 모습의 아이들과 물과 배가 함께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 같았습니다. 수상성당에서 돌아오는 길에는 예수회 수사님께서 운영하시는 농장 내 식당에서 현지음식을 맛있게 먹었습니다. 이곳의 평균 연령은 28세라고 들었는데 길에는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 청년들과 소녀들이 많고 가는 곳마다 어린이들이 많았습니다.
오후에는 마리도미니카 수녀님께서 어려운 이웃을 방문하시는데 동행하였습니다. 일일이 찾아가서 쌀과 라면을 전달하는데 대상은 약 30여 가구가 된다고 했습니다. 수녀회 차를 타고 비포장길을 달리고 나서 강렬한 햇볕이 내리쬐는 들판길을 걸어서 한집 한집 방문하였습니다. 너무 더워서 말이 잘 안 나왔습니다. 모계사회라서 그런지 딸들과 손자손녀들이 함께 있어 한 집에 가족이 기본 열명은 넘는 것 같았습니다. 멀리서 수녀님 차를 보고 달려오는 아이들도 있었고 체중보다 무거운 쌀을 머리에 얹어달라고 하여 잰 걸음으로 자기 집으로 가는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사탕을 더 달라고 따라다니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대부분 쌀이든 라면이든 주는 대로 받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앞니가 없는 어른들이 많았고 맨발인 아이들, 머리를 일년은 안 감은 듯한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대부분 빗물을 식수로 사용하는지 큰 둥근 통들이 처마 밑에 너덧개씩 놓여 있었고, 더러운 웅덩이 물로 사는 집도 있어서 마리도미니카 수녀님께서 ‘우물 하나 파 주어야겠다‘ 혼잣말 하시는 게 마음에 남았습니다. 아이들의 중학교 진학률이 아주 낮은데 학교가 멀어서 자전거가 없으면 못 다닌다고 했습니다. 수녀님께서 안타까운 아이들에게 자전거도 사주시고 올마이키즈 재단에서는 조립식 집도 지어주고 있었습니다. 환자들이 있는 집도 더러 있었고 병원 갈 돈도 없고 달리 치료할 방도도 없어 그냥 돌아가시기만을 기다리는 듯 앙상한 몸으로 앉아 계시는 모습에 많이 놀랐습니다. ’와서 보아라‘ 하신 예수님 말씀이 자꾸 떠올랐습니다.
셋째날 11월 17일 일요일
공동기도와 아침 식사 후 우리는 유치원으로 갔습니다. 유치원 십주년 기념 미사 때 유치원생 백여명에게 나누어줄 쿠키 등 선물꾸러미를 선생님들과 함께 준비했습니다. 배 신부님께서도 마이크 준비 등 행사 준비로 바삐 움직이셨고 마리도미니카 수녀님 총괄아래모두 함께 열심히 일한 다음 유치원에서 점심식사를 하였습니다. 점심반찬 준비를 저희들이 도왔는데 텃밭에 키워두신 깻잎과 가지를 따서 전도 붙이고 가지치즈 구이를 하고 헬레나 자매님이 한국에서 준비해 온 밑반찬도 내어서 맛있는 식사를 하였습니다. 얼마나 맛있게들 드시는지 모두 잘 드셔서 뿌듯했습니다.
수녀원에 돌아와 잠시 휴식을 취하고 오후 네시에 있는 야고보성당 미사에 참석하였습니다. 배 신부님께서 캄보디아어로 미사를 집전하시고 프랑소와즈 수녀님과 성가대가 있었으며 많지는 않으나 어른 신자들과 선생님, 어린이들도 있었습니다. 미사 후 저희는 환영인사도 받고 작은 성모님상을 선물로 받았습니다.
넷째날 11월 18일 월요일
수녀님들께서는 아침 일찍 일어나 묵상기도를 하고 계셨습니다. 수녀님들이 기도하고 일하는 모습이 감동적이었고 참 든든하게 느껴졌습니다. 오늘은 십주년 기념미사가 있는 날이라 일찍 성당 사제관 식당에 가서 마리도미니카 수녀님께서 부탁하신 셀러드를 한 다라이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많은 양을 만든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전날 식빵으로 크루통을 만들어 놓고 발사믹 식초와 간장을 조려 소스를 만들었으며 올리브오일을 첨가하여 양상치와 미니 토마토, 바질 치즈, 베이컨, 달걀로 이탈리안 셀러드를 그럴싸하게 만들었습니다. 오전 열시가 되어 바탐방교구 끼께 주교님과 여섯 분의 신부님, 유치원 아이들과 학부모, 교육청 인사, 동사무소 직원들과 내빈들, 선생님, 봉사자 모두 함께 감사 미사를 잘 봉헌하였습니다.
점심식사 후 남은 샐러드와 망고 겉저리를 안나스쿨 부엌으로 가져가서 봉사자들은 샌드위치를 만들고 스텔라 수녀님과 우리는 전날부터 예행 연습한 찹쌀 도넛을 만들었습니다. 도넛이 예쁘고 맛있게 잘 만들어졌는데 일부는 안나스쿨 학생들 간식으로 남겨두고 80여개는 바구니에 담아서 야외 공부방으로 간식을 배달하러 갔습니다. 40여명의 아이들이 학교 운동장에 있는 큰 나무 아래 땅바닥에서 봉사자 선생님의 지도로 영어 공부를 하고 있었습니다 맨발의 아이들이 많았고 정말 남루한 모습의 아이들, 다 떨어져 너덜너덜한 티셔츠를 입은 아이들도 있었으며 먼지투성이인 아이들도 많았습니다. 어린이들 중에는 무릎아래 피부병이 나은 흔적들, 이차 감염되어 진물이 나는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환경이 워낙 열악하고 위생관리가 안되어 피부병이나 상처 정도는 예사로 여기는 듯 했습니다. 대구대교구와 수녀회와 모 단체가 함께 지어주었다는 도서관도 있었습니다. 공부방 간식 배달 봉사를 마치고 캄보디아 대중교통인 삼륜차 툭툭이를 타고 수녀원으로 돌아왔습니다. 저녁에는 안나스쿨에서, 한국으로 돌아가는 학사님 환송식과 우리를 위한 환영식이 있었습니다. 어색하고 부끄러웠지만 안나스쿨 어린이들의 민속춤 공연을 잘 보았습니다. 아이들과 지내다 보니 푸삿에서의 마지막 날이 저물어갔습니다.
다섯째날 11월 19일 화요일
한국행 짐을 모두 꾸려서 아침 아홉시 지나 마리도미니카 수녀님과 함께 미니 밴을 타고 프놈펜으로 갔습니다. 전날 학사님을 배웅하고 프놈펜에 와 계셨던 프랑소와즈 수녀님과 함께 전망이 좋은 호텔의 뷔페식당에 가서 점심을 먹고, 킬링필드 당시 200여개의 감옥으로 구성된 극비의 교도소였던 뚜얼 슬랭 추모 박물관을 방문하였습니다. 캄보디아의 비극적인 역사를 보여주는 현장이었습니다. 이어서 배를 타고 아레니크샷 지역의 평화의 모후 성당으로 갔습니다. 이곳은 기적의 성모님 성당으로 알려져 있으며 40여년간 바다에 던져졌다 건져올린 성모상과 성모자상에 얽힌 여러 기적 이야기들이 있었습니다.
리온 몰에 가서 간단한 저녁 식사를 한 후 공항으로 이동하였습니다.
여섯째날 11월 20일 수요일
프놈펜에서 밤 0시 30분 출발예정인 한국행 비행기를 또 한시간 지연 탐승한 후 항공기는 한국으로 향했습니다. 오전 7시 40분경 인천공항에 착륙하여 가족이 기다리는 대구로 향하였습니다.
짧은 여정이었지만 수녀님들께서 가족처럼 기쁘게 환대해 주셔서 집처럼 편하게 잘 지낼 수 있었습니다. 공동기도를 하면서 힘을 얻고 함께 식사를 하면서 정말 동반자가 되었음을 느꼈습니다. 하느님 사랑 오직 하나만으로 봉사와 사랑의 삶을 매일 매일 살아가시는 두 분 수녀님께 주님께서는 영육간의 건강을 주시리라 믿습니다. ‘와서 보아라’ 하신 예수님 말씀처럼 가서 보는 것이 피정이었음에 감사드리며, 진정 동반자라는 정체성이 확립되어 감을 느낍니다. 한국을 떠나는 순간부터 돌아오는 마지막까지 성령께서 함께해 주심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댓글목록
예쁜마리아님의 댓글
예쁜마리아 작성일
일정별로 하루의 모습을 상세히 설명해 주시는 글을 따라가니 그곳의 모습과 아이들 얼굴이 눈앞에 그려지는 듯합니다.
두 분께 감사드립니다~
나무데레사님의 댓글
나무데레사 작성일
캄보디아 방문 체험을 사진과 글로 자세히 올려 주시니,생생한 모습이 마치 그곳에 다녀온 듯 그려집니다.
해외 선교하시는 수녀님들을 위해 매일 묵주기도를 드리고 있는데, 더 마음을 담아 기도하게 될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김초영님의 댓글
김초영 작성일
수고하셨네요~~
"마음이 사무치면 꽃이 핀다."는 박노해 시인의 글이 생각나네요.
짦은 일정, 그러나 온 존재로 보고 듣고 살다 오셨으니 감사하네요.
여운이 있는 여정 제게도 전해지네요~~
함께 기뻐하며...